사회 사회일반

버냉키, 원화 절상 우회 촉구

"부분적으로만 회복"… 무역수지 불균형 개선 주문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 통화스와프의 수혜를 입은 한국에 원화절상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미국이 제3차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주도해 관철시킨 '글로벌 불균형 해소'의 핵심인 무역수지 불균형 개선에 한국이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샌프란스시코 샌타바버라에서 열린 FRB 콘퍼런스 연설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 2008년부터 2009년 3월까지 40%나 떨어졌던 한국의 원화가 '부분적으로 회복됐을 뿐(has only partially recovered)'"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평가절상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뉘앙스를 풍긴 이 발언은 미국이 주창해온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원화절상 요구로 해석된다. 이날 버냉키 의장이 특정 국가의 환율을 구체적으로 평가한 것은 원화가 유일하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의 최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았다. 특히 버냉키 의장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아시아 은행들이 달러펀딩 압력에 직면했을 때 FRB는 한국과 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어 "자본유출(달러 가뭄)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과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 3개국의 통화가치 변동이 극심했다"며 "(통화스와프를 하지 않은)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같은 기간 중 22% 떨어졌다"고 지적, 상대적으로 통화가치가 더 하락한 한국이 통화스와프의 최대 수혜국임을 부각시켰다. 루피아화 가치는 지난해 1월 달러당 9,500루피아에서 올 3월 1,200루피아로 떨어졌다가 이날 현재 9,300루피아로 위기 이전 수준까지 거의 회복됐다. 반면 원화가치는 같은 기간 중 달러당 936원에서 1,570원으로 폭락한 뒤 현재 1,17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또 "아시아 국가가 세계경제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면서도 "아시아 국가의 수출주도 경제구조 때문에 글로벌 무역 불균형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 저축과 수출에 대한 인위적인 인센티브 정책으로 이룬 무역흑자는 자국 산업과 자원배분을 왜곡시킬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ㆍ중국 등 아시아 무역흑자국들은 소비를 늘리고 수출주도의 성장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대외경제정책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미국은 앞서 9월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불균형 개선을 관철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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