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파크’
장내에 이름이 불리자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를 가득 메운 7만 6,000여 명의 인파가 일제히 함성을 질러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시상식 현장에서 박지성(28)을 향한 관중들의 환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에 못지 않았다. 그 동안 슈퍼스타들에 가려져 있던 ‘숨은 영웅’ 박지성은 팀의 주역으로 우뚝 서며 맨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이뤄냈다. 맨유는 통산 18번째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리버풀(18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지성은 16일(이하 한국시각)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후반 21분 교체 투입됐다.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던 박지성은 후반 36분 호날두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흔들었지만 부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아쉽게 우승 축포를 기록하진 못 했다. 두 팀은 치열한 공방전 끝에 0대0으로 비겼고, 우승을 위해 승점 1점이 필요했던 맨유는 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박지성은 올 시즌 맨유에서 최고의 해를 보냈다. 팀의 정규리그 37경기 가운데 25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강팀과의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했다. 지난해 9월 22일 라이벌 첼시전에서 시즌 첫 골을 기록하며 1대1 무승부를 이끌었고, 맨유가 2위 리버풀에 바짝 쫓기며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지난 3일 미들즈버러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2대0 승리를 안겼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는 선제골을 터뜨리며 아스널을 무너뜨려 전세계에 ‘박지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기도 했다. 박지성 스스로도 “개인적으로 맨유 입단 이후 가장 좋은 시즌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 남은 건 오는 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치러지는 대망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뿐이다. 지난해 첼시와의 결승전에서 벤치를 지켰던 아쉬움을 올해 털어내며 맨유의 ‘더블우승(리그, 챔피언스리그)’을 완성하는 주인공이 될 지 주목된다.
한편 조원희(26ㆍ위건 애슬레틱)는 같은 날 스토크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출장해 한국 선수로는 6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밟았다. 조원희는 후반 14분 교체될 때까지 힘이 넘치는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팀은 0대2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