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역으로 변칙으로

제3보 (34∼48)


백38은 대세점이다. 이곳을 선점하게 되어 웅장한 세력작전의 기틀이 생겼다. 백42까지 시원하게 날아오르자 루이9단과 함께 앉아 사이버오로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던 시인 박해진이 감탄을 토했다. “멋지네요. 시워언합니다.” 그러나 87트리오는 이구동성으로 백42가 완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 다음 착점인 흑43이 너무도 안성맞춤이 되었으므로 백42로는 다른 궁리를 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이영구3단이 제시한 그림은 참고도1의 백1로 계속 묵직하게 눌러가는 것이었다. 흑10까지를 응수시키고 백11로 모양을 정비한다는 것. 흑은 즉시 12로 끊어 싸움을 벌이겠지만 백11에서 19로 얼마든지 싸울 수 있는 모양이라는 얘기. 보너스로 기회를 보아 A에 끊는 즐거움이 생긴다. 루이9단도 흑45까지의 결과는 흑이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세돌9단 역시 그렇게 느꼈는지 백48이라는 기발한 수를 들이댔다. 참고도2의 백1이면 흑이 2의 자리에 둘 것이 너무도 뻔하므로 역으로 바로 그 자리를 점령한 것이었다. “결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일단 흐름이 여의치 않다고 느끼고 변칙으로 나간 감각만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겁니다. 고수들은 그런 감각이 아주 많이 발달해 있어요.”(루이)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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