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다양성 없으면 선진화 없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도 비교 대상이 되겠지만 핵심적인 차이는 동질성(homogeneity)과 다양성(diversity)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민국가에서 출발한 미국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이 됐다. 반면 우리는 단일민족임을 앞세워 19세기 쇄국정책을 편 결과 나라를 일제에 뺏기는 수모를 당했다. 물론 한국전쟁 이후 새로 나라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동질성이 큰 힘이 되기도 했으나 이제는 다양성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됐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글로벌시대를 맞이하며 외국인과의 교류가 크게 늘면서 다양성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는 공단이나 외국인 아내들이 없는 농촌, 외국인 선수와 감독이 없는 프로구단은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또한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고 해외 유학이나 여행이 급증하면서 해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있다는 것은 동질성 위주의 패러다임으로는 선진국이 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특히 기업들은 다양성 없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기 어렵다. 이제는 실용정부가 들어서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아 다양성이 갖는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미국 서부의 한 대학에서 다양성이 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 있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팀들을 구성해 모든 팀들에 동일한 과제를 준 후 성과를 측정했다. 이 실험에서 독립변수, 즉 팀 성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던 변수는 팀원들의 다양성이었다. 어떤 팀들은 동일인종들로, 다른 팀들은 둘 혹은 그 이상의 다인종으로 구성해 팀 내 다양성의 정도를 조절했다. 그 결과 다양성이 높은 팀들은 월등하거나 열등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동질적인 팀들은 중간에 속하는 성적을 보였다. 이는 마치 동질성 패러다임으로는 중진국까지 갈 수 있지만 다양성이 없이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양성은 활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축복이나 저주가 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다양성이 높아지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져 협력이 원활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며 인간적인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이 역(逆)작용을 해 저조한 성과를 가져온다. 반면 다양한 사고방식, 정보 자원 및 능력들이 조화롭게 뭉쳐지면 오케스트라와 같은 시너지를 발휘한다. 다양성의 단점들을 장점들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오늘날의 리더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리더가 이끄는 집단은 ‘기대를 넘어서는 탁월한 성적’을 낼 수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만인의 기대를 넘어선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외국과 우리나라가 합쳐진 다양성에서 발휘된 시너지효과 덕분이라고 본다.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다룰 줄 아는 능력을 갖춘 리더들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부분 우리나라 리더들은 다양성을 득보다는 독으로 간주해 피해왔다. ‘끼리끼리’의 문화나 ‘코드인사’의 관행은 이러한 태도의 산물이다. 그러나 동질성 위주의 리더십은 유효기간이 오래전에 지나버린 음식과 같다. 1970~1980년대 모방에 의존한 경제성장을 이룩할 때는 동질성에 의존하는 리더십이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했지만 우리나라가 중진국에 접어든 이후에는 득보다 폐해가 많았다. 국제환경도 우리나라도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파장으로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으나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국민들의 기대는 여전히 높다. 긴 호흡으로 볼 때 침체된 경제의 활기를 되찾고 앞으로 미국 같은 나라들과 어깨를 견주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는 꿈같은 날들이 올 수 있을지 관심사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 세계최빈국 중 하나였다. 그때 우리나라가 세계10위 규모의 경제중진국으로 성장하는 날이 오리라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뤄냈고 그 여세를 몰아 이제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을 에너지는 풍성한 창의력에서 나오며 창의력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우리 속의 다양성을 발견하고 그 안에 내재돼 있는 폭발적인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리더들이 대통령을 비롯해서 각계각처에 많아질 때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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