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기위축 부채질하는 콜금리 인상

콜금리목표를 4.5%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외여건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터에 굳이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마저 경기하강을 걱정해 재정집행을 강화하는 등 투자확대를 위한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ㆍ여당은 콜금리결정을 앞두고 한은에 수 차례 금리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었다. 그런데도 한은이 콜금리인상을 강행했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파장이 우려된다. 한은은 경제성장세가 유지되고 있고 물가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콜금리목표 인상배경을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잇따른 금리인상과 각종 중과세제도로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지표가 거의 모두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경기는 미분양아파트가 급증하고 있으며 건설수주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취업자 증가수는 3개월 연속 20만명 대에 머물러 있고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올 1분기 1.2%에서 2분기에는 0.8%로 떨어지는 데서 보듯이 우리 경제의 활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2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비성향은 73.3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처럼 어느 지표 하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예상을 뒤엎은 한은의 콜금리인상으로 금융시장은 한차례 혼선을 빚었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콜금리목표인상으로 당장 시중금리가 뛰고 있다. 금리인상은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을 더욱 증가시켜 투자감소, 소비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게 마련이다. 10여년 만에 고성장을 구가하며 17차례에 걸쳐 중단 없는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미국도 성장둔화를 걱정하며 이번 달에는 연방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물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지만 한은의 이번 콜금리인상은 아무래도 성급했고 또 한번 정책결정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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