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로드맵 VS 액션플랜

요즘 한창 진행 중인 각 정부 부처의 대통령업무보고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액션플랜(Action Plan)이다. 부처마다 개별정책에 대해 3월 말, 4월 말, 상반기 등으로 시행 및 수립시기를 못박은 액션플랜을 업무보고 자료에 첨부하고 있다. 실용과 실천을 중요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 로드맵은 이미 많이 짜여져 있는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액션”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런 대통령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정부 부처들은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각 부처의 장관들이 주제하는 회의 때마다 챙기는 게 액션플랜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과거 참여정부시절 ‘로드맵’이 유행어가 됐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말만 많고 실천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섣부른 실천만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다. 얼마 전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인사로 30여년의 공직 생활을 끝낸 한 경제부처 고위관료를 만날 기회가 있어는 데 그는 “요즘처럼 공무원을 몰아붙이면 뭔가를 만들어내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공무원을 윽박(?)지르면 실제 중요한 일보다 정권의 코드에 맞춘 일을 찾게 될 것이고 한번 잘못된 일이 벌어지면 나중에 다시 챙기기 위해서는 처음보다 몇 배 더한 노력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리에 함께 했던 산하기관의 간부도 거들었다. 정부에서 어떤 현안에 대한 파악을 주문받는 경우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대게 오늘 전화해서 내일까지 알려달라는 식인데 일일이 알아볼 수도 없기 때문에 한 두 곳 파악해보고는 과거 자료 찾아 수치를 대강 맞춰서 보고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 퇴임 관료는 자라를 끝내면서 청계천 방문 때 받은 느낌을 이렇게 얘기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고 세밀한 계획을 세웠더라면 산책로 정도의 구실만을 하는 지금보다 문화적으로 훨씬 더 알찬 콘텐츠를 채울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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