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이젠 아시아와 금에 투자하라

■ 내일의 금맥 마크 파버 지음/ 필맥 펴냄 수년전 벤처 붐을 배경으로 짭잘한 수익을 올렸던 투자자들(개인이든 기업이든)은 최근 더 이상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고 불평한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금융시장은 혼란스럽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거품은 여지없이 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미국은 이라크 전쟁 등 소위`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한 대외정책에 발목이 잡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폭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투자자들의 고민을 풀어줄 대담한 시도가 나와 주목된다. 스위스출신 투자자 마크 파버는 최근 나온 책 `내일의 금맥(Tomorrow`s Gold)`에서 미래에 고수익을 올리고 싶으면 아시아와 1차 산품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투자자라면 중국, 한국, 일본 등 신흥 시장의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또 금을 비롯한 광산물, 농산물 등이 유망하다는 얘기다.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하고 미국의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는 지난 73년부터 홍콩에 자신의 이름을 딴 투자회사 겸 컨설팅회사를 차려 놓고 영업하고 있으며, 지난 90년의 일본 경제 거품 붕괴와 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예견해 `비관적 사태를 미리 알아맞힌다`는 뜻의 `닥터 둠(Doctor Doom)`또는`반대방향 투자자(Contrarian)`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먼저 저자가 아시아를 주목하는 이유는 중국, 일본, 아세안 등 이 지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 때문이다. 그는 곧 다가올 아시아의 승천을 구동할 중심축으로 중국을 지목한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긴 하나 저자는 중국이 앞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발전의 중심이 되고, 그와 동시에 인도,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의 아시아 국가들의 상승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저자는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들 나라의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에 최소한 50%이상은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현재도 중국의 실질 국민총생산(GDP)은 미국 경제의 60%에 달하며, 지금 당장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의 위엔화가 50%정도 절상돼도 생산, 유통,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은 여전히 미국을 압도할 것이란 게 저자의 시각이다. 하지만 사스로 고통받고 있는 홍콩과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대만 등 새로운 상승 국면의 변두리에 머룰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은 성장의 과실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둘째로 저자가 1차산품에 대한 투자를 권하는 이유는 중국이 경제 성장으로 미국을 대신하여 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거대한 수출 시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철강을 생산하고 있지만 주변 국가들로부터 대규모의 철강을 수입해 쓰고 있다. 또 제조업의 원료나 중간재로 쓰이는 각종 광산물과 과일, 야채 등 농산물도 동남아에서 중국에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다. 저자는 이런 경향은 중국의 생산 및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특히 금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미국이 대규모 해외 원정에서 빚어진 무역 및 재정 등 두가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달러 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 투자 수단으로서의 달러의 매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2,500톤 이라는 생산능력에 의해 공급이 제약을 받고, 아무리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내다 팔더라도 금 가치의 장기적 상승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는 예상한다. 지금도 금 값은 지난 2001년 봄 온스당 258달러에서 370달러까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책은 비록 앞으로 20~30여년간의 국제 시장에서 적절한 투자대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쓰여지긴 했지만 고대 로마시대의 경제 변동에서 중세 및 근대를 아우르는 방대한 경제사적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경제 변동 과정에서 매력적인 투자수단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져 버린 여러 사례들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에 속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밝힌대로 50년을 주기로 하는 콘트라티에프 장기 파동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그의 예상은 중단기 변수들에 의해 얼마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또 자본주의 역사상 5번째 장기 상승기에 해당하는 중국의 부상에 과거 4차례의 파동(18세기말~19세기초의 산업혁명, 19세기후반 미국의 서부대개발, 20세기초 전기ㆍ화학ㆍ통신등의 대발명, 2차대전후 1970년대까지의 전자ㆍ우주항공ㆍ자동차 산업의 발달)에 비견되는 과학적 진보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는 것도 한가지 흠으로 지적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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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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