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은 좌변 백진을 납작하게 만드는 급소였다. 백2 이하 8은 절대 수순. 여기서 흑9로 꼬부려 하변쪽 백을 위협한 것은 구리가 진작에 읽어둔 수순. "구리가 한 발 앞서가고 있어요. 돌의 흐름을 흑이 주도하고 있어요."(원성진) "어째 예감이 이상합니다. 좌변에서 흑이 모두 수습되고 나면 백이 무조건 집부족입니다."(목진석) 흑이 15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백이 그 앞을 가로막지 못하고 백16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백의 고충을 여실히 말해 준다. 맥 빠진 수 같지만 백16의 자중은 최선이었다. 참고도1의 백1로 가로막으면 흑8까지의 진행이 예상되는데 흑4로 한 방 얻어맞은 것이 아프고 장차 흑이 A로 백대마 전체를 위협하는 것도 백으로서는 꺼림칙하다. 결국 실전보 흑17에까지 흑의 손이 돌아오고 말았는데…. "지금이라도 백은 차단 공격을 해야 합니다."(목진석) "차단할 타이밍입니다."(원성진) 참고도2의 백1 차단이 절대라고 목진석이 말했다. 그것이면 흑은 2,4로 연결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다시 백5 이하 9로 차단한다. 이 코스면 여전히 승패불명이었다. 분단된 중원의 흑은 허겁지겁 수습을 서둘러야 하는데 그 틈을 타면 하변의 백은 저절로 안정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세돌이 차단을 미루고 실전보의 백18부터 들여다보는 통에 흑은 또다시 돌의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백18이 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