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중앙회에 바란다

비용상승 부담을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이른바 `납품단가 인하요구` 문제가 자주 보도되면서 떠오른 이슈가 바로 `상생경영`이다. 주요 대기업과 경제단체들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각종 이벤트성 행사까지 벌여가며 `상생`과 `협력`에 동참한다고 선언했었다. 하지만 산업계 전반이 원자재난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 그때의 외침은 정치인들의 총선용 공약만큼이나 무의미한 레토릭으로 전락했다. 대기업들이 이번에도 원자재값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주지 않고 있어서다. 과거 관행으로 보자면 `을`의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그저 별 수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하는 일이 잦았을 터다. 그런데 그 `을`이 변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 듯 대기업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일 완성차업체에 주물을 납품하는 부산 지역 주물업체들은 납품단가 현실화를 놓고 현대차와 벌인 협상이 결렬되자 아예 납품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예전 같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11일에는 차 부품업체들이 모인 자동차공업협동조합이 직접 나서 산업자원부에 “완성차업체들이 원자재가 인상에 맞춰 납품가를 현실화하도록 해달라”고 건의하고 나섰다. 조선기자재 업계의 경우 주요 3사가 모여 `납품단가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 대기업으로 하여금 이를 수용하게 한 일까지 벌어졌다. 사실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대기업의 한마디면 당장 공장문을 닫아야 하는 게 중소기업의 입장이다. 그만큼 대-중기 관계에서 `상생`이나 `공존`은 상호간 이익이 공동으로 실현되지 않으면 현실화되기 어려운 단어다. 결국 중소기업도 대기업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업계 전반이 뭉치고 모여서 덩치를 키우고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의 구심점으로 서야 할 곳이 바로 기협중앙회라고 본다. 경제5단체로 불리면서도 실제 기협중앙회 활동은 단체수의계약 물량분배, 외국인근로자 분배 등에 그쳐왔다. 하지만 중소업계가 요구하는 건 어려운 시절 업계를 대변해 `강한` 목소리를 내달라는 점이다. “업계를 대변한다는 조합이 납품관계로 횡포가 심한 대기업에 쓴소리 한마디 하지 못해서야 곤란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마침 새로 선출된 김용구 이사장이 내건 공약이 `강한 기협중앙회`다. 그 상대가 대기업이든, 정부든 강한 목소리로 속 시원하게 중소업계를 대변해줬으면 한다. <현상경기자 <성장기업부>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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