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판으로 치닫는 가운데 암묵적으로 의제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 문제를 미국 측이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 측은 이에 대해 "미국이 쇠고기를 거론하면 FTA를 당장 안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여 양측 간 협상이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 사흘째 이어진 통상장관회의에서 합의내용 반영 형식, 자동차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 잔여쟁점을 집중 조율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은 지금 쇠고기 문제를 보따리로 싸서 들고 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끊임없이 논의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예 보따리를 풀지 못하도록 막아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쇠고기 문제를 자꾸 거론하면 FTA를 당장 안 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협의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긴급 현안질의 답변에서 "미국 측은 차제에 쇠고기 문제도 협의하기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단호한 입장에서 논의를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핵심쟁점인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배출규정 적용 예외기준을 논의해 한국이 당초 판매대수 1,000대 미만에서 1만대 미만으로 완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의약품ㆍ농업 등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협의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