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엊그제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이공계열 휴학 및 제적생 현황`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4년제 대학 휴학생 가운데 공학계열 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일 현재 대학(산업대.교육대 제외)의 계열별 휴학생 비율을 살펴본 결과 공학계열이 38.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사회(31.2%)ㆍ이학(30.6%)ㆍ인문(27.2%)ㆍ예체능(25.6%)ㆍ사범(17.4%)ㆍ의약(8.1%) 순이었다. 이는 수험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과 맞물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공대 이탈 현상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학계열은 남학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군대 등의 이유로 휴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다른 계열에 비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조사는 휴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도 해명이 되지 않는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전체 휴학생 세명 가운데 한명이 공대생이다.
반면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제적당한 학생 비율은 공학계열(3.9%)이 인문(4.9%), 이학(4.5%), 예ㆍ체능(4.4%)에 이어 네번째였다. 공대생의 경우 중도에 대학을 휴학하는 것은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이미 국가 차원에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일부는 이미 시행중에 있다. 교육여건 개선, 연구비ㆍ장학금 제공, 국비유학 지원 확대, 병역혜택 확충 등 이공계 전공자에 대한 사회ㆍ경제적 처우 개선방안이 많이 나왔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관계기관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과잉우려 때문인 측면도 강하다. 그 같은 우려가 오히려 이공계 기피를 부추기는 역작용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과학기술부장관이 “너무 부풀려졌다”고 얘기하겠는가.
학생과 부모들의 의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기피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봐야한다. 이제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우려보다는 현실적으로 지금 이공계에 다니는 학생들이 다른 전공의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을 것이라는 비전을 제공하는 일이 더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임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앞으로 채용대상은 주로 이공계가 될 것이며, 임금체계도 기술직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ㆍ학ㆍ연 체제가 점점 더 공고히 돼 대학에서의 교육여건도 이공계가 가장 빨리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에는 주기와 파동이 있다. 노동시장도 마찬가지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극심할 때 이공계를 전공한 학생들은 나중에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우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공계 학생들은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