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 공습땐 이슬람국 반발 예상'장기전 불사'를 천명했던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테러전쟁이 '속전속결'의 분위기로 급선회하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21일 아프간에서의 군사작전이 겨울이전에 마무리되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영국정부 역시 이슬람의 성월(聖月)인 라마단 이전에 군사행동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 속전위한 미ㆍ영 협공작전 강화될 듯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1일 영국군의 아프간 전투 참전을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히는 등 영국 지상군의 참전 가능성을 내비쳐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 짓기 위한 미국과 영국의 협공작전이 강화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게릴라식 전투에 능한 영국 특수부대 SAS가 참전할 경우 탈레반 정권 핵심주둔지와 빈 라덴의 검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미군기들은 이날 처음으로 카불 북부의 탈레반 전선에 폭격을 가했다고 BBC방송과 영국 PA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그동안 탈레반 이후의 구도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부 동맹의 카불 진격에 우려를 표명해 왔으나 이날 탈레반 군의 전선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는 등 군사작전이 적극적인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 라마단 피하자
대 테러전의 행보가 갑자기 빨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슬람 최대의 명절인 '라마단'을 염두에 둔 탓이다. 영국 BBC방송은 라마단이 대 아프간 군사작전의 종료 시점이 될 수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내달 15일을 전후해서 시작하는 라마단은 전세계의 이슬람 교도들이 한 달 동안 일출 시각부터 일몰 시각까지 의무적으로 금식을 하는 이슬람의 신성한 달이다.
만약 미국이 라마단 기간에도 공격을 계속할 경우 자칫 아프간 폭격을 지지하고 있는 이슬람 국가들까지 미국에 등을 돌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과격 이슬람 세력들의 극심한 반발을 초래, 이슬람 국가내의 정세불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담에 참석한 하산 위라유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20일 "아프간의 군사 충돌이 길어지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방글라데시 등 이슬람교도가 많은 나라에서는 국가 안정이 파괴되는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날씨와 국제여론도 이유
1986년 소련군으로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가했던 레오니드 그리추크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사람보다는 날씨와 싸우는 것이 더 힘들다"며 미군이 겨울까지 전쟁을 끌 경우 혹한기 최악의 전투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프간의 겨울은 10월부터 시작돼 밤이면 영하 수십도 아래로 떨어지는 혹한의 날씨가 몇 개월씩 이어진다.
실제 탈레반측도 전쟁이 겨울로 들어서 장기화 될 경우 겨울철 게릴라전에 능한 자신들이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또 군사 작전이 내년 봄까지 계속되면, 수십만의 아프간 난민들이 굶어 죽는 등 인도적 재난으로 이어져 명분면에서도 미국측이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