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헤르메스, 검찰 조사 응해야

최형욱 기자 <증권부>

지난 22일 오후3시 금융감독원 기자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물산 주가 조작 관련 혐의로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자산운용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으로 기자들이 정신없이 바쁠 때였다. 헤르메스는 국내의 한 홍보대행사를 통해 장문의 해명문을 e메일로 보내왔다. 헤르메스는 9쪽에 달하는 이 해명문에서 국내 금융감독당국의 제재조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신들은 “영국 연기금을 관리할 정도로 국제적인 신뢰성을 갖춘 장기 펀드”로 “어떤 불법적인 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게 기본 요지였다. 사건이 발생한 후 무려 7개월간 침묵한 이유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대외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조용히 대화하자고 권해왔다”며 국내 금융감독당국 탓으로 돌렸다. 또 “국제적 언론과 연결한 적이 없다”며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자신들과 관련해 수차례 ‘한국 때리기’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투였다. 헤르메스는 더구나 해명문 말미에 “최근 사건들로 인해 한국에서의 장기 투자를 재고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한국시장을 협박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당시 주가 조작 와중에 해당 펀드매니저인 C씨가 개인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였다 5,400만원의 시세 차익을 본 것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내 홍보대행사는 “C 펀드매니저는 다른 일로 해고됐고 투자 문제는 사생활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며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헤르메스는 특히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물론 헤르메스는 한국에 사무소가 없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을지 모른다. 또 이번 사건 역시 과거 BIH 등 외국인이 관련된 다른 금융범죄처럼 ‘기소 중지’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지점을 통해 한국 내 투자활동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헤르메스가 자신들이 정말 다른 투기 펀드나 금융 범죄자들과 다르고 어떤 잘못도 없다고 판단한다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를 마냥 외면한다면 그들은 ‘장기 투자자를 빙자한 투기 펀드’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인 명성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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