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멍난 공시감독

최근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회사 사냥이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템플턴자산운용이 LG카드와 현대산업개발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도대체 누가 왜 이 기업들의 지분을 사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지분공시만 제대로 했어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의문점들이다. 원래 지분공시를 할 때는 외국계 뮤추얼펀드라도 최대 수익자가 누구이고 그들의 펀드 내 지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밝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지분공시의 운용 사례를 보면 이러한 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외국계 뮤추얼펀드 중 지분 변동사항을 공시할 때 대주주의 명의를 밝힌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템플턴자산운용에 대해 LG카드 지분 취득내용에 대한 수정공시를 요구하고 정정명령까지 검토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캐피털리서치앤매니지먼트컴퍼니(CRMC)와 아리사이그(Arisaig)는 LG건설과 삼익LMS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뮤추얼펀드의 대주주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템플턴도 금감원의 요구에 아랑곳없이 지난 20일 대주주 명의를 밝히지 않은 채 현대산업개발의 주식을 대량 매집했다. 이 정도면 뮤추얼펀드의 대주주를 밝히라고 한 규정은 거의 있으나 마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독당국의 의지 역시 약하기 그지없다. 비록 외국계 펀드의 공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이들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 제재조치를 취한 경우는 거의 없다. 금강고려화학(KCC)측이 사모펀드를 동원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했을 때 의결권 제한과 처분명령을 검토하는 등 감독당국이 보여줬던 신속함은 보기 힘들다. 법과 규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한쪽으로는 엄격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지나친 유연성을 보인다면 어느 누구도 그 법과 규정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규정은 지켜질 때 그리고 지키려는 의지가 있을 때만 비로소 생명을 가질 수 있다. <송영규 증권부 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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