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7월 27일] '농협 택배'에 울상 짓는 택배 자영업자

농협이 택배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미 우체국이 택배를 시작해 지칠 대로 지친 택배시장에 또다른 공기업이 들어온다고 하니 이래도 되나 싶다. 택배시장은 정말 어렵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해 택배단가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힘들어 지친 배송기사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달래며 택배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초 한 박스에 5,000원이던 택배비는 2,500원 이하로 떨어졌다. 배송기사가 하루에 120박스 정도 배달하던 것을 요즘은 150~180박스를 날라야 예전처럼 수익이 난다. 2000년 초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들이 성장하면서 택배물량은 급증했다. 경쟁은 심했으나 물량이 늘어나니 수익도 그만큼 많이 늘어 일할 맛이 났다. 하지만 막강한 인프라와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갖춘 우체국택배가 들어오면서 힘들어졌다. 몇백원에 하루 종일 일하는 택배기사와 택배회사는 우체국이라는 공기업과 경쟁을 하는 실정이다. 2004년부터는 택배차량 증차가 금지돼 차량 구하기도 어렵고 중노동에 배송기사 구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우체국은 민간택배사들이 금지돼 있는 차량 증차에 구애 받지 않고 차량을 늘렸다. 공정경쟁은 남의 일이다. 택배 집하요청이 와도 픽업하러 갈 차도, 사람도 없다. 그사이 계속 경유 값은 올라가고 택배단가는 떨어지니 동료 대리점 사장들 가운데 그만두는 사람이 태반이다. 지금도 이런 현상은 계속되고 있고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이니 앞으로 어떻게 택배를 할지 걱정이다. 이제 걱정이 또 생겼다. 우체국에 이어 또다른 공기업인 농협이 택배를 한다고 한다. 최근 농수산물의 집하와 배송이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고객군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 물량은 그나마 택배업계, 특히 지방 택배대리점에는 단비였다. 하지만 농협이 택배를 하면 그들의 강점인 농ㆍ수ㆍ축산물 물량은 농협이 가져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체국처럼 농협도 단위농협ㆍ하나로마트 등 이미 깔려 있는 광대한 유통망을 택배대리점ㆍ취급점으로 활용할 것도 뻔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는 자영업자인 택배대리점은 이제 우체국ㆍ농협이라는 두 공기업과 싸워야 한다.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농협은 설립목적에 맞게 농민 보호, 농업 발전에 전념하기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