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종국 화백 "순수한 마음으로 그려야 작품의 깊이가 있죠"

고희전 여는 수당동양화연구원장 수당 김 종 국 화백


“가식은 금방 들통납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려야만 깊이가 생깁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고희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종국(69ㆍ사진) 수당동양화연구원장은 29일 인사동 화실에서 “화선지는 속일 수 없는 만큼 붓끝이 맑은지 탁한지를 보면 그린 이의 심성을 그대로 알 수 있다”며 “특히 자신을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창작에 돌입하기 직전의 기분이 그렇게 비장할 수가 없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화선지 자체의 번지는 성질로 인해 붓놀림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게 노 화백의 설명이다. 근대 중국의 화가 제백석ㆍ오창석처럼 10만장씩 부단히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작가의 혼이 담긴다는 것이다. 수당 선생은 제자들에게도 항상 이 같은 열정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창작도 불가능함을 강조한다고 했다. 지난 1955년 가난한 집안의 한 소년은 장학금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국립국악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대금이 전공이지만 판소리ㆍ전통무용까지 다 배웠다. 그런데 어느 날 소년의 운명을 뒤바꿔놓을 그림을 만난다. 한 폭의 신선도에 소년은 ‘경이로운 신비감’을 느끼고 그날로 동양화에 빠져들었다. 50년이 흘러 소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양화 작가가 됐다. 수당 선생의 화백입문 배경이다. 수당 선생을 보면 화인일치(畵人一致)가 떠오른다. 과연 수당은 스스로의 작품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곧게 뻗은 사군자처럼, 맑은 색채가 돋보이는 신선도처럼 수당은 꼿꼿하고 단아했다. 지난 50년간의 동양화 외길 인생이 허투루 쌓아 올려진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이 시대의 선비’라는 칭호가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어 꼿꼿한 선비다운 따끔한 비판도 쏟아졌다. 요즘 작가들은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온고지신, 즉 오래 공부해야 새 것이 나오는 법인데 요즘 작가들은 이 같은 기초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혼이 들어 있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본인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관객에게 이해할 것을 요구하는 행태에 대한 쓴소리가 잇따랐다. 또 수상경력으로 예술성을 증명하려 들지 말고 겸손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당 김은호 선생의 신선도에 반해 동양화를 시작한 수당 선생은 고희전을 앞두고 50년 화력을 정리하기 위해 틈틈이 현장 스케치를 다닌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마음으로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데 이제는 체력 때문에 힘들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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