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5월19일] 시베리아 철도


1891년 5월19일(러시아력)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 황태자 니콜라이가 하바로프스크까지 연결되는 우수리 철도 노선의 첫 침목을 깔았다. 길이 9288㎞로 세계 최장 철도인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착공 순간이다. 6개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된 공사가 끝난 것은 1916년. 25년 동안 15억루불의 자본을 들어간 TSR은 제 몫을 다해냈다. 극동지방 개발로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광대한 국토를 제대로 활용해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얻었다. 정작 TSR의 과실을 누린 것은 볼셰비키정권. 제정 러시아는 1차 대전 전비보다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도 TSR의 과실을 누리지 못한 채 사라졌다. 공산정권도 철도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아 적백내전의 와중에서도 TSR을 중심으로 500여개 노선에 이르는 지선을 완공시켰다. 소련이 농업국가에서 근대공업국가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2차 대전에서 소련이 독일에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1937년 전구간 복선화가 완료된 TSR을 통한 보급에서 나왔다. 오늘날에도 TSR은 러시아 물류수송체계의 중추다. 전체 인구의 20%가 TSR 주변 도시에서 거주한다. 유가 상승으로 재정이 펴진 러시아는 2002년 TSR 전철화를 완료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링까지 철도 4,000㎞ 신설과 베링해협 해저터널을 뚫어 알래스카와 연결한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내놓았다. 근대화한 TSR이 주는 효과는 일본이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다. 해상운송 일변도에서 벗어나 컨테이너 화물을 TSR로 유럽시장에 보내 운임과 시간을 크게 절약하고 있는 것. 한국도 남북철도를 어렵게 연결해가며 TSR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틀어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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