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기업들은 약 2조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움켜쥐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각종 규제를 들이밀어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연방정부가 건강보험분야와 금융섹터에 이어 정보통신분야에서도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1일(현지시간) 의회 의견을 외면하고 법원의 판결을 무시해가며 '망중립성(Net Neutrality)'안을 승인했다. 망중립성은 AT&T나 버라이즌∙컴캐스트 등 미국 초고속인터넷통신사업자들이 모든 웹사이트를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해야 하는 규제를 말한다.
줄리어스 제너카우스키 FCC 의장이 제안한 망중립성안은 이날 5명의 FCC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3대2로 통과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예상대로 반대표를 던졌으며 민주당 2명은 "이유가 충분하지는 않다"면서도 찬성했다. 망중립성 통과로 인터넷통신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의지대로 웹 트래픽(인터넷 통신량)을 통제하고 고객들을 관리하는 데 제약을 받게 됐다. 또 합법적으로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것도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더 문제가 되는 조항은 인터넷통신사업자들이 특정 웹사이트나 콘텐츠∙어플리케이션을 '비합리적인(unreasonable)'인 이유로 차별하고 통제하는지 FCC가 판단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망중립성에 반대표를 던진 FCC 소속 로버트 맥도월 공화당 의원은 성명에서 '합리적'이라는 단어는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아마도 미국 역사 통틀어 가장 논쟁거리가 되는 용어일 것"이라며 비판했다.
더구나 올해 초 연방법원은 인터넷통신사업자에 대한 FCC의 규제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300명이 넘는 의회 양당 소속의원들도 FCC에 망중립성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에는 여기에 동참하는 의원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인터넷사업자에 더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새로운 기기와 어플리케이션이 무한대로 증가하고 있으며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 간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시장진입장벽도 걷히고 있지만 시장 실패의 증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FCC의 이번 결정은 의회 권력에 발가벗고 돌진하는 것과 다름없다. 통신업계의 반발도 불을 보듯 뻔하다. 다음 의회 회기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초래될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사항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