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7대 초선의원 민생현장을 가다] 안병엽-발안시장 상인 간담?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이 가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어요. 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높으신 의원 얼굴 한번 보기 힘들어요.” 발안시장의 청과물가게 앞에서 주변 상인들과 얘기를 나누던 이주동(56)씨 는 안병엽 당선자를 만나자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선거기간 내내각 당마다 서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재래시장 살리기를 목청껏 외쳤지만실제 얼마나 지켜질지 회의적으로 보는 상인들이 많았다. ◇살림살이 어려워진 재래시장= 실제 안 당선자가 발안 5일장을 찾았을 때 시장 상인들은 공통적으로 “1년 전부터 먹고 살기가 훨씬 힘들어졌다”는 원성 일색이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데다 화성개발로 벼락부자가됐다는 서울 사람들 얘기에 지역 토박이인 재래시장 상인들의 박탈감도 커 지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재래시장 살리기를 외쳤던 안 당선자도 상인들의 절절 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체감 경기가 이렇게까지 어려운 줄은 미처 몰랐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다 시장통 인근에 5층 이상의 대형 상가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이곳 상 인들의 위기 의식은 이미 비등점을 넘어선 듯 했다. 발안에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몰려든 중산층이 재래시장보다는 현대화된 상가를 더 선호하게 된 게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점포 하나 없이가판에서 나물이나 생선류를 팔고 있는 이곳 상인들이 도시화의 물결에 밀 려나는 것은 시간 문제처럼 보인다.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 대책들은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게 사실. 예컨대 재래시장 재개발시 비용의 20%를 상인들이 자체부담하도록 돼 있는데 하루 하루 먹고 사는데 급급한 재래시장 영세 상인들에게 ‘20%’의 부담이란 남의 얘기일 수밖에 없다. 재래시장 살리기를 다짐하는 안 당선자에게 한 할머니는 “한다고 했으면 약속 꼭 지키고. 그 것 밖에는 당부할 게 없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을꼭 살려달라는 유권자로서의 압력이겠지만 웬지 맥이 빠진 분위기도 엿보였다. 물론 재래시장 활성화가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가를 상인들도 충분히 알고있었다. 옷 가게를 운영한다는 최남수(43)씨는 “서울의 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에가봐도 빈 점포가 수두룩하더라”면서 “고속철도가 생기면서 지방에서 서 울 백화점으로 원정쇼핑을 간다는 기사를 보면 분통만 터진다”고 털어놓았다. 최씨는 경쟁력에서 뒤 처지게 마련인 중소상인들의 입지를 살리자면 그나마 기댈 곳은 정치권밖에 없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처럼 시장 상인들의 푸념이 쏟아지자 안 당선자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 으면서도 “제도적 지원과 예산편성 등 정부차원의 구체적인 활성화대책도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며 상인들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개발붐에 더욱 깊어진 소외감= 이 같은 어려움과 달리 요즘 화성시 한편에서는 온통 신도시 개발설에 들떠있는 분위기다.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서해안 디지털 신도시 육성’이 나 ‘도농복합 전원형 디지털 도시’ 등을 내걸고 앞 다퉈 화성 신도시 개 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화성 디지털 도시 건설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란 얘기까 지 나돌아주민들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자고 나면 아파트나 공장이 들어서는 상황에서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개발 이익이 대부분 서울 등 외부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대다수 화성 주민들은 오히려 도시화에 밀려 생계 기반을 잃고 있다는점이다. 재래시장은 현대화된 상가와 대형 할인마트에 무기력하게 밀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논농사만 1만여평 지어 그런대로 먹고 살만 했다는 박수진(59)씨는 “사람 들은 땅 팔아서 화성 사람들 돈 좀 벌었겠다 고들 하는데 다 속 모르고 하 는 소리여. 우리가 싼 값에 넘기면 공장 지어서 비싸게 임대하고, 한 참 더 오르면 팔아버리고, 돈 버는 건 우리가 아니라 서울 사람들이여. 화성땅 70%는 아마 서울 사람들이 차지했을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결국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 없이는 도농 복합형 디지털 도시 건 설 계획, 즉 ‘유비쿼터스 시티 프로젝트(U-City Project)’ 등 안 당선자 가 자랑스럽게 내건 화성 신도시 개발 공약들이 자칫 ‘외지인을 위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미래형 디지털 신도시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던 안 당선자가 부닥친 한계는 화성 주민 대다수의 생계 기반이 여전히 ‘농사’라는 엄연한 현실이다 . ‘도농 복합기반의 자족 도시화를 위한 첨단농업 도시 건설’이란 안 당 선자의 공약이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한다는 게 이 지역 유권자들의 한결 같 은 바람이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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