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 진영은 13일 당 공천심사위의 ‘영남 물갈이’ 공천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영남 공천에서 박 전 대표계 의원들의 물갈이 수준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유승민(대구 동을), 허태열(부산 북ㆍ강서을), 서병수(부산 해운대ㆍ기장갑)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 김무성ㆍ김재원 의원 등 핵심 측근 10여명이 모두 탈락했다.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유기준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공당이 하는 공천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에 좌우되는 사천(私薦)”이라며 “도덕성ㆍ지지율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단지 대선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보복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의 또 다른 인사도 “김재원 의원 등 아무 문제가 없는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한 것은 노골적인 정적(政敵) 제거 시도이자 상대 진영 ‘씨 말리기’에 다름 아니다”라며 흥분했다.
김무성 의원 등 일부 인사들은 이날 밤 긴급 회동을 갖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일단 침묵했다. 이정현 공보특보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박 전 대표도 침묵하고 있다”며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가 탈당 등 극단적인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총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어서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도 적잖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들은 무소속 연대 또는 신당 창당, 자유선진당 입당 등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탈당 사태는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공천 결과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물갈이 폭이 커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