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피드 유지 근본적인 힘 '심폐 지구력' 강해야 기록 단축

[스포츠과학은 살아있다] <7> 수영<br>심장·폐·근육 '삼위일체' 돼야 막판 강력 스퍼트 낼 수 있어<br>박태환 부활 열쇠도 지구력<br>"평소 육상·사이클링 운동하면 수영 실력 눈에띄게 향상될것"



지난해 로마세계선수권대회의 아픔을 딛고 절치부심한 박태환은 얼마 전 팬퍼시픽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 400m에서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거머쥐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하지만 정작 준비를 가장 많이 했다는 1,500m에서는 경쟁자인 중국의 장린보다 15초나 뒤진 기록으로 8위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지구력 저하를 원인으로 꼽았다. 박태환이 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을 목표로 괌 전지훈련을 떠나며 지구력 보완을 화두도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마린보이'마저 쥐락펴락하는 지구력. 이것이 바로 수영의 숨은 키워드다. # 스피드 유지의 근원적 힘 지구력은 일정 강도의 운동을 장시간 지속하는 능력으로 특정 근육이 에너지 소비를 지속하는 근지구력, 몸 전체 운동지속성을 의미하는 심폐지구력(전신지구력)으로 구분된다. 두 지구력은 운동 수행능력에 독자적으로 기여하는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에는 근지구력이 중요하며 수영, 마라톤 등에는 심폐지구력이 실력과 직결되는 요소가 된다. 심폐지구력은 다시 심장·폐·근육의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로 물에서 일정 스피드를 지속하는 추진력은 사지의 근육을 적극적으로 움직여 얻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폐가 호흡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산소를 받아들여야 한다. 송홍선 체육과학연구원(KISS) 선임연구원은 "산소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 심장에 의해 전신으로 보내진다"며 "근육은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의 물질이 산소와 결합해 에너지를 생성하기 때문에 산소 함량이 높은 혈액이 공급될수록 에너지 생산량도 많아져 근육들이 더 강한 힘을 오랫동안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소를 흡입·공급하는 심장과 폐가 인체의 '엔진'이라면 근육은 '타이어'와 같다. 엔진 배기량이 큰 자동차가 파워와 가속력이 뛰어나듯 심폐지구력이 우수해야 수영 기록도 단축되는 것이다. 이는 수영선수들의 폐활량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월 KISS 연구팀의 측정 결과, 수영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의 평균 폐활량은 5,600㏄로 나타났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태환 선수는 무려 7,000㏄에 달했다. 평균 3,000㏄ 내외인 일반인의 두 배가 넘고, 중·장거리 육상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의 평균 4,300㏄보다도 월등한 수준이다. # 막판 스퍼트의 70% 좌우 심폐지구력의 중요성은 장거리 수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단거리(50m·100m), 중거리(200m), 장거리(400m·1800m·1500m)를 불문한다. 송 선임연구원은 "50m 경기에서도 약 25%의 유산소성 대사능력, 즉 심폐지구력이 요구되고 1,500m 장거리의 경우 그 요구량은 무려 95%에 이른다" 고 밝혔다. 일반적 생각과 달리 심폐지구력은 스피드와도 직·간접적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심폐지구력은 최고의 '스피드 지구력'을 요하는 막판 스퍼트 순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심폐지구력에서 우위를 점한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의 70~80% 선에서 여유로운 레이스를 펼치다가 결승점을 앞두고 95~100%의 힘으로 강력한 스퍼트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수석연구원은 "막판 스퍼트는 급격한 운동량 증가를 버텨내는 젖산내성이 30~40%의 영향을 주는데 여기에 심폐지구력이 절대적 역할을 한다"며 "박태환이 역전의 명수라는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탁월한 심폐지구력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심폐지구력은 어떻게 단련시킬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육상, 사이클링 같은 전신 운동이 활용된다. 유산소운동은 근육에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을 형성시켜 호흡·순환기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탓이다. 물론 박태환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에 기반해 한층 전문적 훈련을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속 훈련'과 '인터벌 훈련'이다. 지속 훈련은 최대 심박수(MHR)의 60~80%에 해당하는 120∼150회의 분당 심박수로 휴식 없이 20~30분간 운동을 지속하는 방식이며 인터벌 훈련은 분당 심박수 180회 정도의 고강도 운동을 4~7분, 120회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1~2분씩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송 선임연구원은 "지속훈련이 근육의 유산소대사와 국부 순환기능을 자극해 심폐지구력을 강화한다면, 인터벌 훈련은 스피드까지 동시에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기록 단축의 시금석 이 훈련을 거듭하면 두 가지 부분에서 변화가 나타난다. 동일한 강도의 훈련을 받아도 예전보다 심박수가 낮아지며 경기 중 '무산소역치' 가 찾아오는 시점이 더 길어진다. 무산소역치는 운동에 필요한 충분한 산소가 근육에 공급되지 못해 피로를 느끼고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순간을 말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가 바로 이 훈련의 덕을 톡톡히 봤다. KISS연구팀에 따르면 박태환은 지난 2008년 2월 테스트에서 75%의 강도로 200m를 주파했을 때 심박수가 135회였다. 이를 근거로 강도를 80%로 높이면 145회의 심박수가 예상됐지만 실제 결과는 157회나 됐다. 그만큼 많은 체력적 부담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훈련을 거친 뒤 3월에는 75% 강도에서 136회, 80% 강도에서 142회로 낮아졌으며 올림픽 직전인 6월에는 각각 130회, 143회로 더 안정화됐다. 무산소역치 시점도 최대 운동능력의 90% 수준에서 형성됐다. 일반인의 60~70%와 비교해 놀라운 수치다. 이것이 곧 기록 향상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2월에는 최대 운동 강도 하에서 목표 기록 1분46초73보다 12초나 뒤진 1분58초08을 보였지만 3월 1분52초07, 6월 1분51초73 등 4개월간 6초 이상 기록을 단축했다. 그리고 두달 후 개최된 올림픽에서 박태환은 1분44초85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자유형 400m에서는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우원기 전 수영 국가대표팀 코치는 "박태환을 비롯한 수영선수들에게 심폐지구력은 세계 정상에 서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적 가치"라며 "일반인들의 경우에도 평상시 육상, 사이클링 등을 통해 심폐지구력을 키운다면 수영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 활발한 '10~14세'가 최적기
■심폐지구력 향상 언제…
20대 중반 이후부터 쇠퇴기 진입… 성인되면 5%이상 높이기 힘들어 인체의 건강과 체력을 평가하는 대표적 요소는 심폐지구력·근력·유연성·근지구력·신체 조성 등이다. 이 가운데 건강과 가장 밀접한 것이 바로 심폐지구력으로 운동선수는 물론 일반인들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심폐지구력이 좋다는 것은 신체의 움직임에 필요한 영양소와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며 활동 후 발생하는 노폐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이런 사람들은 장시간 지치지 않고 계속적으로 운동을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심폐지구력이 약하면 가벼운 움직임이나 활동에도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심폐지구력이 약해지면 동맥경화·심장병·비만 등과 같은 심장 및 순환계 질환에 걸린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공부에도 때가 있다'는 말처럼 심폐지구력 향상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10~14세 시기를 심폐지구력 향상의 최적기로 꼽는다. 이때는 신체적 성장, 특히 심폐지구력과 관련된 심장과 폐, 그리고 동맥, 정맥, 모세혈관 등 혈관계의 성장이 다른 어느 시기보다 활발히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시기를 지나도 20대 초반까지 심폐지구력 향상은 지속되지만 그 속도가 비교적 완만하며 20대 중반 이후부터는 서서히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다. 성장기에 심폐지구력을 키워놓지 못하면 노력한 만큼 많은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송 수석연구원은 "개인의 심폐지구력 최고치를 100%로 볼 때 성장기 때는 훈련을 통해 이의 90~95%까지 키울 수 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5% 이상을 높이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운동을 시작한 국가대표급 수영선수들은 심폐지구력의 100%를 발휘할 수 있는데 비해 일반인들은 약 50~70% 수준에 머무는 것이 상례"라고 덧붙였다. 심폐지구력은 또 선천적인 부분도 많이 작용한다. 지난 2006년 KISS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심폐지구력을 나타내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최대산소섭취량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40~50%나 좌우되는 것으로 밝혀진 것. 연구팀이 일반인, 꿈나무 선수, 국가대표 선수를 대상으로 DNA를 추출해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비타민 D 수용체(VDR), 베타-2 아드레날린 수용체(ADRB2) 등 운동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각각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단적인 예로 지방 분해와 혈관 및 기관지의 생리반응을 조정하는 ADRB2 유전자의 하나인 ADRB2 Gin27Glu의 경우 그 다형성이 비만이나 최대산소섭취량 등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일반인은 16.1%, 국가대표 선수도 18.7%였던 반면 꿈나무 선수는 20.6%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결국 심폐지구력에서도 조기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