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19일] 외환보유고로 잠 못 드는 한은· 재정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 문제로 나란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수개월간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이던 재정부가 최근 돌연 물가를 잡겠다고 달러 매도개입에 나서자 “정책실기로 외환보유고를 거덜낼 작정이냐”는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한은 또한 외환보유고를 통해 부실 위기를 맞은 미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권을 수백억달러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환보유고에 혹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조차 한은에 “손실가능성은 없느냐”는 문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재정부와 한은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화자금과장 시절 외환보유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서자 너무 많은 게 아니냐며 적정성 논란이 일었는데 지금 와서 2,600억달러도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과한 지적”이라며 “정부도 곳간 상태를 봐가면서 시장개입을 하는 것이지 무작정 실탄을 남발하는 것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한은도 마찬가지다. 이용신 한은 외화자금국장은 “패니매와 프레디맥 채권은 정부후원기관(GSA) 채권으로 미 국채에 버금가는 AAA 신용등급”이라면서 “미 정부가 명시적 보증까지 한 이상 원금 회수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현재까지 평가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또 “사실을 밝혔음에도 계속 한은을 의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중앙은행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불쾌한 심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재정부와 한은의 입장은 십분 이해된다.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는 데 앞뒤 다 자르고 단편적인 부분을 추궁하는 것은 사실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 기관이 여론의 질타를 서운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다. 외환보유고가 국가경제 최후의 보루로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걱정의 발로(發露)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동안 상황을 잘못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곱씹어보고 분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될 것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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