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17~23일)이 최근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달러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 국가에게 사실상의 통화절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어 달러 역시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이미 이 같은 전망을 반영,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엔화 대비 장 중 한 때 달러 당 108.31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0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달러는 최근 7주 연속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약세를 기록했다.
일본 외환 당국의 적극적인 엔화 강세 저지 의지에도 불구, 달러는 지난 한 주 동안에만 2.1% 하락(엔화가치는 상승)했다. 이 같은 달러 하락세에 힘입어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8월 무역적자 폭은 당초 전망치보다 줄었다. 전문가들은 앞서 이 달 미국의 무역적자가 4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발표된 적자 규모는 지난 달 400억 달러보다 줄어든 392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 정부 당국이 표면적으로는 강 달러 정책을 아직 포기하지는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달러 약세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 이들은 만일 부시 대통령과 존 스노 미 재무 장관이 이번 주 아시아 순방 중 노골적인 달러 약세 지지를 표명할 경우 급격한 환율 변동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매뉴팩퍼러스 앤 트레이더스의 외환 트레이더인 브라이언 테일러는 이번 주말 달러가 엔화 대비 달러 당 106엔대, 유로 대비 유로 당 1.2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주 일본은행(BOJ)은 급격한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앞으로 더욱 많은 돈을 외환시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엔화 상승 속도가 일본 당국이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더욱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수석 외환 투자전략가인 폴 처트코는 “달러 붕괴 위험성이 상당하다”며 “적어도 달러 당 105엔까지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5년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시절 미 정부 당국이 달러를 무역 협상의 무기로 내세웠던 당시 달러가 사상 최저치인 엔화 대비 달러 당 79.75엔까지 떨어졌던 사실을 주지시켰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