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길래 30평 짜리 아파트에 사는 거지?” “나같이 13평 짜리 사는 사람은 집 안에서 화장실도 못 찾겠네.” 지난 70년대 초 반포 1차 아파트 단지에 32평형 아파트가 생긴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나누던 대화다. 30평형대 아파트가 흔해진 지금은 실소(失笑)할 만한 내용이지만 그 시절만 해도 30~40평형대 아파트가 ‘단지’를 이루는 것은 그만큼 낯선 풍경이었다. ◇성냥갑 아파트에서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진화하기=주택은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그릇이다. 우리나라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아파트가 가장 보편적이니 주거형태로 자리잡았다. 아파트가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50년대. 당시 아파트는 대부분 13평이나 17평이었다. 연탄보일러를 사용하고 층 수도 5층을 넘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파트를 ‘신주거의 상징’으로 여겼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10층 이상으로 고층화 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단지 내 상가는 일반 주택에 사는 주부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아파트는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점차 대형화ㆍ고급화 됐고 90년대에는 고층 아파트로 빼곡하게 채워진 신도시가 건설됐다. 공장에서 찍어낸 벽돌처럼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등장하면서부터. 보통 아파트들이 상가 등 주변시설을 단지 안에 두었다면 주상복합은 건물 저층부에 상가, 은행 등을 두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건물도 오피스빌딩처럼 30~60층으로 높아졌다. 주상복합은 모든 생활이 내부에서 해결돼 편리할 뿐 아니라 철저한 보완시스템도 갖춰 인기 있는 주거공간으로 부상했다. 차별화된 주거공간을 원하던 수요자 층은 일반 아파트와 다른 곳에 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자부심을 느꼈던 것이다. ◇주중엔 도심형 홈텔, 주말엔 골프빌리지=최근 수요자들이 고급 주택의 가치에 대해 눈을 떴다면 미래에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다채로운 맞춤형 주택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건설업계의 움직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도심형 홈텔(홈+호텔),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실버주택, 유명 건축가의 작품인 명품 주택 등이 검토 중이거나 이미 분양이 됐다. GS건설은 지난 6월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한 고급 오피스텔 ‘부띠크모나코’ 172실을 100% 분양했다. 이 오피스텔은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에 등장했던 동일한 평면구조를 완전히 벗어나 개별 공간마다 다른 평면 설계를 적용했다는 점이 계약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각 세대는 샤갈하우스, 미로하우스, 피카소하우스 등 예술가 이름을 붙인 컨셉 공간으로 구성됐다. 또 저층부는 ‘모네가스크 클럽’이라는 입주민 편의시설, 4층에는 입주자를 위한 ‘펜트하우스 로비라운지’, 옥상에는 야외정원과 무대가 갖춰진 정원으로 꾸몄다. SK건설은 지난 7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에서 골프장 페어웨이 위에 짓는 고급빌라형 주택 ‘기흥 아펠바움’ 77가구를 분양했다. 전 세대가 골프장 페어웨이와 연못을 조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울에서의 접근성이 좋아 골프 뿐 아니라 휴양을 위한 세컨드하우스로도 관심을 끌었다. 특히 ‘기흥 아펠바움’은 설계를 제주도 핀크스CC 내 포도호텔을 설계했던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에게 맡겨 주목을 끌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수요계층인 노인을 위해 마련되는 주거시설도 늘고 있다. SK건설은 실버주택 고유브랜드 ‘SK그레이스힐’을 만들고 지난해 등촌동에 처음으로 182가구를 분양했다. 과거 실버주택이 도시 편의시설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했다면 ‘SK그레이스힐’은 도심에 자리잡았고 전문 호텔경영업체가 운영을 맡아 차별화 꾀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인 아이서비스㈜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선진국형 노인전문 요양시설 ‘아이너싱홈’을 운영 중이다. 너싱홈이란 치매ㆍ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노인을 위해 병원과 가정 중간 형태로 운영하는 노인전문 요양시설로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