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변하는 마음, 어떻게 사로잡나”

■ 체인징 마인드 (하워드 가드너 지음 / 재인 펴냄)<BR>‘Re’로 시작하는 7가지 요인이 마음변화 지렛대<BR>클린턴·대처등 정치 지도자들의 대중 설득법 소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위), 교황 요한바오로 2세등 세계적 지도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가드너 교수는 클린턴의 성공 열쇠는 다양한 청중으로부터 동조를 얻어내는 능력이었다고 말한다.

20세기의 최대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였던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은밀한 제보자)가 얼마 전 공개됐다. 당사자는 마크 펠트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었다. 전 세계 신문은 70년대초 미국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만큼이나 떠들썩하게 보도하며 요란을 떨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제보자에 대한 궁금증은 가셨지만 이젠 그가 30년 넘게 지켜온 비밀을 털어 놓은 심경 변화 이유가 궁금해진다. 돈 유혹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 보도가 제법 그럴싸하게 들린다. 하지만 결코 장담할 수 없다. 궁금증을 가라 앉히려면 그가 앞으로 내놓을 책을 기다릴 수 밖에….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하버드 대학 교수가 쓴 ‘체인징 마인드(Changing Minds)’를 읽어 보자. ‘다중 지능(Multiple Intelligence)’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가드너 교수는 인간이 마음을 변화시키는 매혹적인 수수께끼에 놀라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83년 ‘마음의 틀’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정신은 시험지 몇 장 분량의 IQ 테스트만으로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다면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인간의 지능은 ‘언어’ ‘수학’ ‘음악’ ‘공간’ ‘대인지능’ 등 다원적인 틀로 보아야 한다는 다중 지능 이론은 교육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어린이의 다원적 지능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은 이젠 교육의 기본 상식이다. .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판부는 인간 정신 작용의 깊은 내면을 파헤친 그에게 또 하나의 과제를 던졌다. 베일에 가려진 인간 마음의 변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수수께끼였다. 그는 다중 지능 이론을 바탕으로 마음이란 무엇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답한다.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지렛대로 그는 일곱 가지 요인을 꼽았다. 공교롭게도 이 일곱가지는 ▦이성(Reason) ▦연구조사(Research) ▦동조(Resonance) ▦표상의 재구성(Representational Redescriptions) ▦자원과 보상(Resources and Rewards) ▦실제 사건들(Real World Events) ▦저항(Resistence) 등 모두 영어 알파벳 ‘Re’로 시작한다. 조금 딱딱해 보이는 이 항목들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음의 변화에 성공한 인물들에 접목시켜 보자.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넬슨 만델라,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존 브라운 회장 등 친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20세기 정치사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마음의 변화를 이끈 인물로 꼽은 마거릿 대처는 대중의 마음을 설득할 수 있는 탁월한 무기인 ‘이성’을 지녔다. 70년대 말 무기력에 빠진 영국 시민들을 향해 그녀는 “영국은 길을 잃었다”며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나 외에 아무도 없다”고 설득했다. 총리 자리에 올라서는 영국의 문제들을 하원의 질의 응답석상에서 열거하며 영국을 강력한 국가로 만드는 길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각 부처와 기구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자료를 요구하며 ‘연구조사’에 몰두했다. 궁극적으로 지도자들은 자신 이야기와 삶이 청중의 심금을 울리지 못하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성’과 ‘연구조사’ 자료를 호소력 있는 수사방식으로 통합해 ‘동조’를 이끌었다.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어려운 언어가 아닌 생생한 일상 생활어를 사용하며 ‘표상의 재구성’에도 능란한 수완을 보였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세심하게 구성원을 모집하고 충성을 다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당근을 베풀며 ‘자원과 보상’에도 충실했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점령과 같은 벅찬 ‘실제 사건들’ 속에서도 그려는 단호한 결정력을 보여줘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물론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적들을 향해 신랄한 공격을 퍼부었던 것도 물론이다. 미국 대통령 역사상 유례없는 인기를 끌었던 빌 클린턴을 동조를 이끌어내는 천재로 묘사한 대목이나 국경을 초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얘기 등도 놓칠 수 없는 흥미거리다. “인간의 의지는 자유로우며 모든 사람은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의 창조물이며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변할 수 있다.” 가드너의 결론은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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