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6월 임시국회 소집을 위한 여야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 가운데 개회 협상은 법정 개회일을 보름여 넘기고도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김 의장은 15일 국회 정례 기관장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집권당으로서 대승적 결단을, 야당은 전제조건의 고리를 스스로 끊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주문했다. 김 의장은 특히 "한 달짜리 임시국회 소집 여부를 놓고 보름 이상 '샅바싸움'으로 시일을 소진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라며 "국회가 늦게 열려 발생하는 사회ㆍ경제적 손실과 기회비용 상실 문제에 우리 정치권은 너무나 무관심하다"고 개탄했다
◇여야, 부담감 속 신경전만 '반복'=여야 모두 상당한 정치적 부담감을 안고 개회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 한쪽의 양보 없는 신경전만 반복되고 있다.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표 회동이 여러 차례 열렸지만 무위에 그쳤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이명박 대통령 사과와 서거 책임자 처벌을 포함한 특별검사 도입, 국정조사 실시, 국회 검찰개혁특위 설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특검과 국조, 그리고 검찰개혁특위 설치 등 3개만 요구하자는 주장이 없지 않지만 당내 강경파의 위세에 눌려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요구에 맞서 '무조건 등원'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역시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도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요구 중 검찰개혁특위 설치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자유선진당마저 특검에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서 개회 협상에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협상 장기화 시사…7월 국회되나=그러나 여야 지도부는 여전히 강경하다. 오히려 장기전을 예고하는 결의마저 나오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 개회를 정략적 도구로 사용하는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안 원내대표는 특히 임시회가 열리는 짝수 달 1일에 자동적으로 개회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2~3일 안에 제출할 것이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반면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과) 인식차가 너무 커 접점을 찾기가 힘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원내대표는 "그간은 탐색전이었고 조금 지나면 한나라당의 속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따라서 6월 국회가 사실상 7월 국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