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홈스쿨 길라잡이] 독서 ⑤ 글쓰기

창의성 끌어내는 '사고의 꽃'


아이들한테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대개는 싫다고 대답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무엇을 써야 할지, 왜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뜻이 아닐까? 백지를 앞에 두고 무엇을 써야할지 막막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말하기가 즉자적으로 이루어지는 자기 표현이라면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의견을 체계적이고 창의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이다. 그 래서 흔히들 글쓰기를 ‘사고의 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활짝 꽃피우기도 전에 시들어버리고 만다. 그것은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쓰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일정한 틀에 맞춰 쓰는 정형화된 글쓰기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동시를 써 보자고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여전히 ‘파아란 하늘, 하이얀 구름’ 같은 천편일률적인 글을 쓴다. 주어진 글감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보고 자신만의 생각이나 느낌을 담아내려 애쓰기 보다는 그저 책에서 배운 동시라는 형식을 따라, 남의 글이나 어른의 글을 흉내내서 머리로 쓰기 때문이다. 이런 글은 아무런 감동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또한 절실하지 않은 걸 억지로 쓰다 보니 재미없고 거짓된 죽은 글이 될 수밖에 없다. 글은 삶의 표현이다. 생생하고 살아있는 자신만의 글을 쓰게 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본 것이 있어야 하고, 한 일이 있어야 하고, 들은 것이 있어야 한다. 보지 않고 하지 않은 것을 쓰라고 하면 어렵고 괴로워진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시키는 건 멋진 문장가를 키우려는 게 아니다. 글쓰기는 알고 있는 내용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며, 하고 싶은 말을 표출하고, 생각을 발전시키고, 그것을 내 안에서 의미있게 만드는 행위이다. 이를 위해선 삶을 바탕으로 한 경험이 풍부할수록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의 하루하루는 거의 같다. 잠자고 학교 가고 학원 가고 컴퓨터 게임도 좀 하고 또 밥먹고 텔레비전 보다가 잠자는 일을 되풀이한다. 어른만큼이나 바쁜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차단되어 있는 셈이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바람직한 출구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독서’이다. 독서는 아이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상상력을 일깨우고 자유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책을 통해서 용감하고 지혜로운 주인공이 되어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실제로 가보지 못한 다양한 낯선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무한한 상상력은 창의적인 글을 쓰게 하는 토대가 된다. 또한 책을 통해 얻은 다양한 정보는 배경 지식으로 저장돼 보다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특히 논리적인 글을 쓸 때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글은 단순히 문자의 조합이 아니다. 그 안에는 글을 쓴 이의 생각이 담겨있고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게 자유롭게 풀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글쓰기이다. 독서와 글쓰기가 동전의 양면을 닮았듯이 아이들은 누구나 훌륭한 독자이자 작가가 될 수 있다. ‘책, 어린이, 어른’이란 책을 통해 폴 아자르가 한 다음 말을 음미해 보면서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책을 주세요. 날개를 주세요. 당신들은 힘이 세고 강하니까, 우리가 더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마법의 정원 한가운데에 새파란 궁전을 지어 주세요. 달빛을 받으며 한가로이 거니는 요정들을 보여 주세요. 우리도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걸 모두 배우고 싶어요. 하지만 제발 우리에게 꿈도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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