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1월 27일] 경제 살리기에 팔 걷은 美 FRB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택금융과 신용카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8,000억달러의 자금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미국 행정부나 중앙은행이 단행한 자금 지원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중앙은행의 소임을 신속 과감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FRB의 이번 자금지원은 지난 9월 미국 재무부가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투입해 금융부실 해소에 주력했던 것과 달리 소비자금융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특징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이 풀리기는커녕 충격파가 갈수록 커지면서 실물경제마저 급속히 가라앉자 금융시장 붕괴와 디플레이션을 동시에 차단해야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8,000억달러 가운데 대부분인 6,000억달러를 주택금융 지원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 주목된다.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및 연방주택대출은행의 채권매입 등을 통해 주택구입자들의 비용을 줄여주고 주택구입 대출을 늘려 주택경기를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소비자금융과 중소기업의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2,000억달러를 학자금 융자, 자동차할부금융, 신용카드, 중소기업 대출 등에 투입하기로 한 것도 도매금융업 지원에 주력했던 지금까지의 정책과 대비되는 변화다. FRB의 전폭적이고 과감한 유동성 공급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극심한 신용경색과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미분양 아파트 증가로 건설업체들은 부도공포에 떨고 있다. 주택 보유자들은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도 떨어져 만기연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금융회사들은 대출창구를 더욱 꽁꽁 닫아 시중자금은 더 얼어붙고 있다. 할부금융사들도 소비자금융을 제대로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ㆍ가전제품 등의 판매가 위축돼 소비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한때 의지했던 수출마저 흔들리는 지금 내수 활성화가 시급하다. 정부는 재정확대와 감세를 통한 소비진작에 주력해야 한다. 한국은행도 달라져야 한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서도 한은은 유동성과 물가를 들먹이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행정부보다 더 과감한 자금지원에 나선 FRB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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