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7에서 백22까지는 검토실에서 예상한 그대로였다. 이 진행은 백이 원했던 그림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흑이 불만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선수를 빼어 일관성 있게 실리챙기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백24의 협공은 아마추어가 기억해둘 만한 감각이다. 지금은 무조건 이렇게 협공해야 마땅하다. 흑에게 삼삼 침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강요해야 한다. 좌변에 세력을 만들어서 그 세력과 우변의 세력을 합쳐서 중원에 막강한 세력권을 형성해야 한다. 세력과 세력이 손잡는 데 성공하면 엄청난 위력이 나오므로 웬만한 실리쯤은 압도할 수가 있는 법이다. 백34는 더이상 보류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백이 상변 삭감보다 좌변키우기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흑35는 이것이 요령. 이 수로 A에 벌리는 것은 돌의 자세가 저위에 치우쳤다는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백36 역시 당연한 보강. 이렇게 지켜놓아야 상변 흑진이 부푸는 것을 예방할 수가 있다. "그 다음이 어려워요."(최원용) 최원용이 예상한 가상도는 참고도1의 흑1로 어깨를 짚는 수였다. "나 같으면 이런 식으로 두겠는데 이세돌은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군요."(최원용) 과연 이세돌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실전보의 흑37로 침입하는 박력을 보였다. 하긴 이세돌의 바둑에는 어깨짚기가 여간해선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삭감보다는 폭파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흑37에 대한 백의 대응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제일감은 참고도2의 백1, 3인데 강동윤이 이 코스를 선택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