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코스피지수 1,400포인트 안팎에서 등락을 되풀이하자 ‘유동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동성이 약화되면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폭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유동성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유동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1,400포인트선을 넘어섰지만 증시 주변 자금이 좀처럼 증가하지 않는데다 정부 당국도 금리동결 등을 통해 과잉 유동성에 대한 경고 시그널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시중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경기지표도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유동성장세가 지속되거나 더 강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유동성 장세 약화” 우려=코스피지수가 1,400선대에서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장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전일에 비해 10.78포인트(0.78%) 오른 1,391.78을 기록했다. 전일 1,400선을 내준 후 이틀 연속 1,300포인트대에서 주춤거렸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유동성의 힘으로 증시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나갔다”며 “증시가 앞으로 더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유동성이 아닌 펀더멘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동성 장세가 주춤거리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뚜렷한 자금 이동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단기 부동자금의 대표주자인 MMF 잔액은 3월 중순 126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120조원대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정부 당국이 최근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 보다는 동결했고 한발 더 나아가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것도 유동성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중의 풍부한 자금의 힘으로 지수가 40%가량 오른 것을 감안할 때 이제는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확대는 지금부터”=그러나 유동성 장세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실질적인 은행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을 이어가는 만큼 엄청나게 많이 풀린 시중 유동성이 위험자산으로 계속 물꼬를 틀 것이라는 주장이다. 14일 청약을 마감한 하이닉스의 유상증자에 무려 26조원의 자금이 몰린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지적된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고객예탁금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고 부동산시장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볼 때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유동성 장세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각국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따라서 당장 유동 성장세가 급격하게 위축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동성에 대한 시각 따라 주가 전망도 달라=유동성을 보는 시각에 따라 주가 전망도 크게 엇갈린다. ‘유동성 약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앞으로의 지수의 상승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과 구조조정은 상극”이라며 “정부가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유동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어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크게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중 연구원도 “유동성 기대감이 약화되면 앞으로 주가가 오르더라도 1,500포인트 이상으로 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동성 강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주형 연구원은 “이번 유동성 장세는 경기개선 기대감까지 복합돼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시장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최소한 3ㆍ4분기까지 유동성 논리가 지속되면서 1,650까지는 가능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