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60년 LG 인화로 일군 도전·개척 60년 <3부 2>동행을 끝내다

2005년 GS와 동업 매듭짓고 '각자의 길'<br>LG, 57년만에 '홀로서기'<br>97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체질개선<br>2000년 국내 첫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지난 반세기 동안 LG와 GS는 한가족으로 지내며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습니다. GS가 새롭게 출발하는 것을 보니 남다른 감회로 가슴이 뿌듯합니다.” 지난 2005년 3월31일 서울 강남의 GS강남타워. 차분히 축사를 읽어가는 구본무 회장의 얼굴에는 57년의 역사만큼 만감이 교차했다. 57년간 손을 잡고 LG를 이끌었던 구씨와 허씨가(家)가 ‘아름다운 동행’을 끝내는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후손들이 재산분배를 둘러싸고 옥신각신 다투는 꼴을 보이지 말자는 양가의 깊은 배려가 현실화한 것이기도 하다. 여의도 트윈타워 동관 회장실과 강남 GS타워 23층 허창수 회장의 방에는 지금도 상대방에게 선물한 그림이 한점씩 걸려 있다.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동업정신만큼은 잊지 않겠다는 의미다. LG그룹의 홀로서기는 이전부터 간헐적으로 진행됐었다. 양가의 분할이 결정되기 5년 전인 2000년 7월4일 LG가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계열사간 복잡한 출자관계를 정리해 출자 부문과 사업 부문을 분할한 뒤 통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후 3년간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단계적 변화가 집중적으로 전개됐다. 2001년 4월 우선 화학 부문을 분할해 LGCI를 설립한 데 이어 1년 뒤 전자 부문을 분할해 LGEI를 만들었다. 다시 1년 뒤인 2003년 3월1일 LGCI와 LGEI를 합병해 지주회사인 ㈜LG를 탄생시켰다. LG의 지주회사 전환은 한국 기업사의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재벌기업들의 아킬레스건인 경영 투명성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글로벌 무대를 향해 브랜드 경영을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LG의 지주회사 전환을 “전통적인 재벌과 결별하며 한국기업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룹 분화 및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사업규모나 영역뿐 아니라 사업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대사건. 사전 준비가 철저히 이뤄지는 것이 필수요소였다. 살펴보면 97년 3월 LG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선택한 것 역시 이 같은 장기 플랜의 시작이었다. 국가 외환위기의 암울한 전조들이 짙어가던 당시 LG는 주력인 LG전자의 미국 제니스를 연구개발(R&D) 기지로 만들고 금형ㆍ주물ㆍ물류사업을 분사하는 등 조직을 대폭 슬림화시켰다. 또 다른 주축인 LG화학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폴리카보네이트를 비롯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정보전자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밖에 산업전자 부문을 LG산전으로 통합하고 LG금속을 매각했다. 한결같이 ‘조직에 깊이 스며든 지방을 근섬유로 전환’시키기 위한 선택들이다. 대수술을 앞둔 체력강화로도 읽힌다. 이 기간 동안 고통도 많았다. 99년 한국의 산업지도를 바꾼 ‘빅딜’의 결과로 LG가 반도체 산업에서 손을 떼게 된 것 등등은 지금도 LG 사람들이 입에 올리기 싫어하는 대표적인 아픈 기억이다. “국내에서도 외국 1, 2등 업체와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포기하고 승부사업에 집중하겠다.” (구본무 회장ㆍ97년 3월 그룹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며) 선택과 집중에 의한 구조조정, 지주회사전환, 계열분리 이 모든 과정이 쉼 없이 달려온 LG의 60년이고 앞으로 맞게 될 100년의 밑거름이다. ● 아름다운 이별의 5가지 비결 ▦합리적인 원칙의 인화 LG의 동업관계는 어정쩡한 가족주의나 온정주의가 아니라 상호합의한 원칙을 존중하고 지키는 책임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구본무 회장의 취임과 함께 창업세대들이 아무 말 없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상호합의한 원칙에 따른 것. 이러한 원칙은 IMF 이후 사업매각이나 합작, 지주회사 전환 등을 잡음 없이 마무리지으며 세계 경영학계의 연구재상으로 떠올랐다. ▦엄격한 위계질서 구씨, 허씨 집안은 유교적 가풍으로 유명하다. 가족이 많다 보니 나이 많은 조카, 어린 삼촌이 허다하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조카가 '자네'라고 부르는 젊은 숙부에게 깍듯이 머리를 조아린다. 이런 전통은 57년 동안 흐트러짐 없는 동업을 이끌었다. ▦65:35의 비율 LG 동업의 또 다른 비결은 철저하고 엄격한 재산배분. 동업 초기부터 각 집안의 지분을 철저하게 관리해 아무리 많은 형제들이 경영에 참여해도 분란의 소지가 없도록 했다. 이러한 원칙은 이번 ㈜LG의 회사분할 과정에서도 분할비율 65:35로 지켜졌다. ▦역할분담의 미학 "경영은 구씨 집안이 알아서 잘할 테니 돕는 일에만 충실하라"라는 허만정씨의 말은 57년 동안 한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세대가 바뀌어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과 구자경 LG명예회장은 50년을 한 직장에서 부대낀 둘도 없는 동지요 친구였지만 회사에서 허 회장은 구 명예회장에게 더없이 깍듯했다. ▦검증된 경영승계 LG의 오너일가들은 어느 기업보다도 혹독한 경영훈련을 받는다. 구 명예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때까지 18년간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았고 구 회장은 20년간 과장ㆍ부장ㆍ이사ㆍ상무ㆍ부사장ㆍ부회장 등의 직위를 차례로 거치면서 영업ㆍ심사ㆍ수출ㆍ기획 업무 등을 두루 섭렵했다. 결코 무딘 칼을 만들어내진 않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