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아있는 사람만 펼쳐 볼 것'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난치듯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두 저자가 조잘거리는 수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새 죽음이 옆에 와 있어도 태연히 인사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친근해질 정도다.
저자들은 "죽음이 억울한 평가를 받아왔다"며 "그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데!"라고 덧붙이기까지 한다. 죽음이 신나는 일이라는 말에 동의하기는 어렵더라도 죽음에 대한 논의를 꺼려왔던 이유에 대해 쇼펜하우어부터 니체, 카뮈, 사르트르 등의 철학자들을 불러와 조목조목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철학자들의 견해와 어우러진 수십 편의 짤막한 유머와 삽화들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철학'이라는 장벽을 쉽사리 무너뜨린다.
"삶이란 죽어가는 과정이다"라고 말한 쇼펜하우어는 오히려 죽음이야말로 삶의 목표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들 역시 인간이야말로 자신이 죽으리라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피조물이자 영원히 상상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피조물이기도 하다며 이런 점에서 우리는 '죽음' 없이 살 수 없다고 말한다.
문화 인류학자 어네스트 베커는 저서 '죽음의 부정'에서 "우리는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이 엄청난 진실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획책을 다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가 죽음을 부정하기 위해 만든 '불멸 시스템' 중 가장 고상한 것은 종교라는 게 저자들의 지적이다. 동ㆍ서양을 불문하고 모든 종교는 천국ㆍ윤회 등으로 일종의 불멸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 좀 덜 고상한 것으로 치면 '부(富)'를 통한 불멸 시스템으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인생의 멋진 목표를 만들어줌으로써 우리가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책은 죽음 자체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죽음 이후를 말하는 '내세'와 '영원', 그리고 죽음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모습과 언젠가 잊혀질 운명까지 죽음을 둘러싼 모든 것에 관해 고민한다.
저자들은 우리가 죽는다는 것을 '정말로' 알고 있느냐고 묻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라고 결론낸다. 경망스러울 정도로 죽음을 가볍게 다루지만 이상하도록 따뜻하게 느껴지지는 책이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