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울한 상상

한기석 증권부 기자 hanks@sed.co.kr

[기자의 눈] 우울한 상상 한기석 증권부 기자 hanks@sed.co.kr 한기석 증권부 기자 #1. 디엠에스는 지난 1일 코스닥시장에 등록했다. 등록 첫날 이 회사는 3만9,450원으로 장을 마치며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20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2. 디엠에스가 코스닥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바로 그날 한 때 코스닥 황제주로 일컬어지던 다음이 거래소로 이전하겠다고 결의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겠다는 내용의 공시를 냈다. #3.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4일 ‘상장기업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의 2배 이상을 주가 안정을 위해 증시에 투입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텔레비전을 보면 가끔씩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드라마가 나온다. 이 드라마는 매회마다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면서도 흐름의 일관성이 이어진다. 1일부터 4일까지 거래일로 치면 이틀 동안, 기자에게는 디엠에스ㆍ다음ㆍ상장사협의회 등 3개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하나의 옴니버스식 드라마로 다가왔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한 기업이 각고의 노력 끝에 자격요건을 갖춰 코스닥시장에 등록한다. 처음에는 등록이 대단한 줄 알았는데 투자자들이 코스닥이라면 백안시해 거래소로 이전한다. 물 좋은 곳으로 옮겼으니 주가가 크게 뛸줄 알았는데 시간이 흘러도 이렇다 할 효과는 없다. 큰물에서 놀면 주가도 좋을 것이라는 등식이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즈음 이번에는 자사주 매입이다, 배당이다 하며 돈 쓸 일만 자꾸 생긴다. 코스닥시장에서 증권거래소로 이어지는 이 드라마의 마지막은 어떤 내용으로 마무리될까. 혹시 주가가 계속 떨어져 액면가의 20% 이하로 30일 연속 가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내용은 아닐까. 혹은 주가관리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워 스스로 시장에서 퇴각하는 것으로 끝맺을까. 한국의 자본시장은 지금 코스닥 우량기업의 거래소 이전, 거래소 우량기업의 상장 폐지 등 일련의 비극적 드라마가 펼쳐지는 모습이다. 낙엽이 깊게 쌓이면 이듬해 나무는 더욱 싱싱하게 자란다지만 코스닥시장이나 거래소시장 모두 이제는 그만 떠돌고 제자리를 찾아 착근하기를 바란다. 입력시간 : 2004-10-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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