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정상화에 본격 나서기로 한 것은 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최태원 회장의 담보지분 등이 처분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과 연관된 주요 계열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하지만 정상화추진본부가 글로벌 정상화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관계사간 협력강화로 영업력 높여=정상화추진본부는 글로벌의 무너진 영업체계를 바로 세우는 데 일단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글로벌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출자전환 등의 일방적인 지원을 할 수는 없어도 영업만이라도 정상화된다면 글로벌의 현금흐름을 어느 정도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추진본부는 이미 SK㈜에 매각한 230여개의 글로벌 보유 주유소 외에도 추가로 100여개의 주유소를 이른 시간 안에 매각할 방침이다.
또 두루넷으로부터 인수한 전용망을 SK텔레콤에 매각함으로써 앞으로 5년 동안 총 8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SK㈜로 하여금 적극적인 세일즈 프로모션을 펼치도록 함으로써 SK글로벌의 시장점유율을 종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단말기 유통사업과 관련, 현재 대금결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삼성ㆍLG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단말기 공급을 중단한 만큼 그룹 차원의 지급보증을 통해 공급이 재개되도록 할 예정이다.
글로벌의 주유소 영업망과 011대리점 운영은 SK㈜와 SK텔레콤의 사업에도 적잖은 연관성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의 영업은 70% 가량이 계열사와 관련을 맺고 있다”면서 “그룹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은 하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된다”고 말했다.
◇채권단 신뢰확보가 주목적=이와 관련, 정만원 본부장은 “정상화추진본부 발족으로 채권단과의 원활한 업무협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1차적으로 채권단에 SK그룹이 글로벌 회생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채권단이 “글로벌 정상화에 SK가 그룹 차원에서 적극 나서지 않으면 법정관리나 청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는데도 SK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협박`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구속 중인 최태원 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은 주식을 되찾지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SK그룹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력 상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SK그룹의 정상화추진본부 발족이 `글로벌 부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그룹의 의지가 얼마나 담겨 있는지 등은 지켜볼 문제다. 적극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으나 정작 실질적인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만만찮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