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회복 가시권] 설비투자 늘어야 경기회복 ‘탄력’

경기 회복 신호가 지난 3ㆍ4분기 경제성장 통계에서부터 확실하게 감지되기 시작했다. 수출이 기대 이상으로 늘면서 성장률이 상승커브로 돌아섰고 소비 역시 전분기를 바닥으로 미약하나마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설비투자다. 다른 지표와는 달리 3ㆍ4분기에 더욱 나빠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정치적 외풍으로 기업들은 극도의 위축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처럼의 경기회복조짐이 탄력을 받아 경제가 선순환국면으로 접어들려면 결국 제조업이 투자에 나서야 하지만 요즘 분위기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4ㆍ4분기에도 경제는 수출에 기댈 수 밖에 없으며 투자가 죽어 있는 반쪽 성장만으로는 정부가 목표한 연간 경제성장률 3%대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수출에 힘입어 `기지개`=한국은행이 집계한 3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2.3%로, 2ㆍ4분기의 1.9%보다 개선됐다. 한은은 당초 3ㆍ4분기 2.7% 성장을 예상했다 상황이 나빠지자 `2ㆍ4분기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을 바꿨다. 가장 늦게 제시한 전망치에 비해서는 결과가 좋아진 것이다. 박승 총재는 지난 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3ㆍ4분기가) 2ㆍ4분기보다는 좋을 것”이라고 운을 띄우기도 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진 것은 절대적으로 수출 덕분이다. 수출은 섬유 등 경공업제품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통신기기, 컴퓨터 및 사무기기 등 중화학공업제품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년동기대비 16.8%나 증가했다. 서비스를 포함하면 수출은 15.2% 증가했고 수입은 8.9%가 늘었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내수의 성장기여율은 2ㆍ4분기의 마이너스 7.8%에서 마이너스 30.9%로 추락했다. 성장을 그만큼 깎아 먹었다는 뜻이다. 반면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107.8%에서 130.9%로 크게 상승했다. ◇소비와 투자 아직 `잠잠`=3ㆍ4 분기 민간소비는 내구재와 준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지출이 크게 줄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가 줄어 2ㆍ4분기 2.2% 감소에 이어 2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한은은 민간소비가 2분기를 바닥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민간소비의 경우 전년동기대비가 아닌 전분기 대비로 보면 1.2%가 늘어 2분기 연속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내용이 여전히 좋지 않다. 3ㆍ4분기 고정투자는 2.3% 늘었지만 2ㆍ4분기의 3.5% 증가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는 건설투자가 7.8%나 증가했지만 설비투자는 오히려 4.7% 감소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 감소 폭은 2ㆍ4분기의 0.8%에 비해 급격히 커졌다. 반도체, 통신기기 등 기계류 투자는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증가해 0.5%가 늘었지만 이 역시 긍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설비투자마저 `수출 편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탄력은 떨어져=올 들어 지난 3ㆍ4분기까지의 누적 성장률은 2.6%로 한은이 올해 연간 전망치로 제시했던 3.1%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자신했던 연간 3% 대 성장 역시 오는 4ㆍ4분기에 4.1%를 기록해야 가능하지만 수출 만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설비투자가 뒤따라 생산ㆍ고용의 증가와 경제 활성화로 이어져야 하지만 기업은 여전히 투자를 꺼리고 있다. 3ㆍ4분기의 설비투자 감소는 자동차파업 영향이 컸다고 하지만 최근 정황으로 볼 때 4ㆍ4분기 역시 투자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검찰의 대선자금수사 등 정치적인 문제로 인한 외풍이 기업들을 더욱 얼어 붙게 만들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설비투자는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라며 “설비투자부진이 내년으로 이어지면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카드사 부실 문제와 신용불량자의 도덕성 해이 논란 등은 국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4ㆍ4분기에는 잦은 비와 태풍으로 인한 농림수산업 부문의 피해가 통계에 잡히면서 GDP성장을 잠식할 전망이다. <성화용기자,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관련기사



성화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