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노벨 문학상을 향해

독일 남서부의 작은 도시 바덴바덴. 그다지 유명한 도시는 아니지만 한국인에게는 친숙한 곳입니다. 하지만 대뜸 ‘이 도시가 어떤 곳인지 아십니까’하고 물어 본다면? “글쎄….” 딱히 떠오르지 않으신다구요? 그렇다면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올림픽’과 관련이 있죠. “빙고. 그렇습니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의 “세울” 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88년 올림픽 서울 개최를 결정했던 바로 그 도시입니다. 군사 독재 국가에서 올림픽을 여는 게 될 법이나 하느냐고 나라 안팎으로 말도 많고 사연도 무수했지만 어찌됐든 이 올림픽 개최로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말 그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게 사실입니다. 코리아 브랜드는 14년 뒤 한일월드컵 동시 개최로 절정에 달했죠. 월드컵 4강 신화와 광화문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의 물결은 전세계에 한국의 역동성을 각인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덴바덴에서 북동쪽으로 두세 시간 열차를 타고 가면 전세계 공항의 허브라고 하는 프랑크푸르트가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지금 전세계 지성인들이 문화올림픽이라고 부르는 국제도서전이 한창입니다. 이 도서전은 매년 주빈국으로 특정 국가를 선택해 그 해 도서전 특성을 부각시킵니다. 주빈국에는 작가와 책들이 전세계에 널리 소개되고 그 나라 문화는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됩니다. 올해 이 국제 도서전 주빈국이 한국입니다. 지난주 말 시인 고은의 수상 가능성으로 한껏 기대감이 부풀었던 올해 노벨 문학상은 아쉽게도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로 돌아갔습니다. 고은씨 수상을 점치며 장문의 기사를 준비했던 기자들과 온 국민들은 아쉬움을 삼키며 한국 문화 파워의 미약함을 탓해야 했죠. 문화올림픽이라고 하는 이번 국제도서전을 잘 활용할 경우 한국이 노벨 문학상 수상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거라 말하는 건 과장이 아닐 겁니다. 아쉽게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현지시각으로 이번주 일요일 폐막합니다. 그러니 남은 기간 동안 2002년 월드컵 때 보여줬던 그 함성만큼은 못돼도 그 절반만큼의 관심을 이번 국제도서전에 보내 준다면 아마도 코리아의 문화 브랜드는 한 움큼 더 커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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