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M&A(매수ㆍ합병) 방어제도의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최근 삼성, LG 등 10대그룹의 외국인 주식비중이 44.3%까지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경영권 탈취가능성이 고조됐다”며 적대적 M&A 방어제도를 외국 수준으로 정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발표한 `경영권방어제도의 역차별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에서는 적대적 M&A에 대해 다양한 방어수단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최소한의 방어행위마저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선 보편화된 경영권 방어수단들= 상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기업들은 국내기업들에게는 금지돼 있는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미국의 대다수 주에서는 기업들이 적대적 M&A에 대항해 이사회 결정만으로 신주를 발행해 인수자를 제외한 모든 주주에게 시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극약처방`(poison pill)이 발동되면 주식인수비용이 수배로 늘어나므로 적대적 M&A가 어렵게 된다.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제도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 포드사는 대주주가 일반주식보다 의결권이 16배인 주식을 보유해 7% 지분으로 40%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스웨덴ㆍ핀란드ㆍ독일 등의 기업들이 이같은 차등의결권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에릭슨이나 SAAB의 대주주는 최고 1,000배까지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황금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독일의 알리안츠생명은 뮌헨 재보험 주식을 13.6% 보유하고 뮌헨재보험은 다시 알리안츠의 주식을 20% 보유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상호보유해 M&A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국내선 방어행위도 제한당해= 우리 기업들은 외국기업들과 달리 경영권 방어행위조차 엄격히 제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의가 꼽은 제한조치는
▲적대적 M&A 위협에 대응한 신주발행 금지
▲출자총액한도를 초과한 계열사 지분 2,000억원어치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계열금융기관의 의결권 행사 전면제한 검토
▲계열금융기관의 그룹분리 추진
▲총수일가의 지분율 공개
▲계열사 지분이 많은 기업에 대한 출자총액규제 추진 등이다.
대한상의는 이와 관련,
▲신주발행금지제도 등 적대적 M&A 관련 규제들만이라도 우선 폐지하고
▲총수일가의 지분율 공개 등 적대적 M&A를 부추길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삼성전자 등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은 계열사 지분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이 최대주주”라며 “대기업 총수들이 소유 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점을 문제삼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회사를 넘기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