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프로축구 구단들이 '몸집 줄이기'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프로축구판에 본격적인 '거품빼기' 바람이불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한 고위 관계자는 21일 "일부 구단에서 내년 시즌부터 선수총원을 기존 40명대에서 35명선으로 줄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는 장기화된 적자누적에 따른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단운영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인건비 부담을 줄여보자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일부 구단을 중심으로 선수정원을 35명선으로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운영비 걱정이 적은 일부 재벌구단들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며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최근 불어닥친 용병비리 때문에 다시 한번 선수단 축소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구단들은 이미 지난해 10월 정기이사회에서 구단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1군선수를 24명으로 제한하는 '1군선수 등록제'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말았다.
1군을 24명으로 제한할 경우 2군을 운영하지 않는 팀은 최소의 인원으로 팀을이끌 수 있다는 취지에서 프로연맹 이사회의 정식안건으로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부결되고 말았다.
하지만 올시즌 중반 도출된 용병비리 문제로 일부 구단들이 몸을 사리면서 또다시 구단의 규모를 줄이려는 시도가 내년 시즌 프로축구판의 중심 '화두'로 떠오르고있는 것.
내년부터 실시되는 신인선수들의 계약금 폐지와 연봉제한 조치 역시 구단들의재정부담을 덜어보겠다는 취지에서 최근 확정됐다.
더욱이 FC서울 등 특정 구단을 제외하면 2군 제도가 신인육성이라는 본래 의도에서 벗어나 1군 선수들의 재활훈련과 선수징계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2군을 계속 유지해나갈 이유가 없다는 것도 선수단 규모 축소의 움직음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프로구단의 한 관계자는 "2군까지 함께 운영한다고 해도 35명 정도면 충분히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수치다"며 "2군이 없는 팀의 경우 현재 32명으로 운영하는 팀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비싼 용병을 수입해 성적만 내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이미 구단들 사이에서 없어지고 있다"며 "시민구단을 제외한 재벌구단들 사이에서도 선수단 긴축문제가 심도있게 다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