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천년 새금융] 13. 부산은행

부산은행의 지난해 경영현황을 보면 무수익여신 규모를 제외하고는 모두 좋아졌다. 총수신과 총여신이 각각 9조3,378억원, 5조1,930억원으로 98년에 비해 9.2%, 7.0% 증가했다. 98년 4,389억원의 적자를 낸 것과는 달리 지난해에는 147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도 98년의 9.25%에서 12%로 올랐으며 총자산이익률(ROA)·자기자본이익률(ROE)도 98년의 마이너스에서 0.15%, 4.14%로 변했다. 다만 무수익여신이 3,988억원(7.12%)으로 98년의 2,851억원(5.59%)보다 늘어난 게 흠. 당기 순이익은 대구은행에 이어 두번째, BIS 비율은 전북·경남은행에 이어 세번째를 차지하는 등 여러 면에서 우수한 실적을 보였다. 이같은 실적은 지난해 꾸준히 실시해온 구조조정의 결과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2월 경영진을 대폭 개편해 기존 임원의 70%를 교체하고 4명을 줄였다. 전체 인력은 2,041명으로 97년 말 대비 1,273명이 줄었다. 점포도 26개를 없앴고 경비도 1,291억원으로 97년 말과 비교해 543억원을 감축했다. 지난해 6월에는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1,500억원을 유상증자하고 3,000억원의 BW를 발행했다. 10월에는 부실채권 2,026억원을 매각했으며 12월에는 후순위채 1,000억원을 발행했다. 이같은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지방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투자적격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산은행은 지방은행의 한계를 그대로 보이고 있다. 지방은행은 모두 지역밀착경영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이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수치가 시장 점유율. 부산은행은 지난해 28.8%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지방은행은 최소한 지역시장에서 30%를 넘겨야 독자생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은행의 고민은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올리기가 힘들다는 점. 부산은 특히 대형 시중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국민은행이나 주택은행 등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은행들이 지방영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농협은 지방은행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세를 넓혀가고 있다. 단적인 예로 부산의 시금고는 부산은행이 아니라 한빛은행이다. 부산의 시금고는 규모가 1조원 정도로 규모도 규모지만 시금고 유치가 갖는 상징성을 무시하기 힘들다. 시금고마저 외지 은행에 내준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올린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부산은행의 또다른 고민은 지역경제의 침체. 부산은 지난 70년대 중반까지 식품·섬유·합판산업 등이 번창하며 국내 경제성장의 주역도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책 이후 이렇다할 산업을 유치하지 못해 지역경제가 침체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우량기업이 속속 역외로 이전하면서 제조업 기업이 극히 취약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96~99년 4년 동안 부산 밖으로 이전한 업체는 모두 544개로 종업원은 1만1,400명에 달한다. 반면 이 기간동안 부산으로 전입한 업체는 불과 76개, 종업원 1,823명에 불과하다. 영업을 하려고 해도 할 대상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부산은행은 물론 이에 대비한 점포 전략을 세워 실천해오고 있다. 부산에 인접한 울산·경남의 11개 점포 가운데 5개 점포를 96년 이후 신설해 영업을 하고 있다. 또 대다수 이전업체가 양산·김해 등 부산 동일경제권이어서 계속 금융거래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금융계의 지적이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전자금융을 확충해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지역밀착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쪽으로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석기자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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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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