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잇단 비리따른 자금난에 현금확보 위해올초까지만 해도 단순한 자구책 차원에서 유가증권을 매각하던 벤처기업들이 최근 들어 보유주식을 헐값에 내다 파는 등 투매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시침체와 각종 벤처비리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현금을 확보키 위해 보유주식을 매입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내다 파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또 아직 지분정리를 하지 못한 상당수 기업들도 조만간 보유주식을 매각키로 결정하는 등 유가증권 처분에 팔을 걷고 나섰다.
상반기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던 D사는 7월초 보유하고 있던 소프트웨어 업체 I사의 주식 11만주를 전자업체인 C사에 4억원을 받고 넘겼다.
지난해 상반기에 7억원을 투자한 것이어서 3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지만 더 이상 가지고 있어 봐야 득이 없고 내달경 출시하는 신제품의 출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겠다는 판단에서 매각했다는 게 L사장의 설명이다.
전자통신업체인 P사도 지난해 11월 취득한 이동통신 개발업체 L사의 주식 74만주를 최근 투자자금 회수를 이유로 I사에 10억원에 처분했다. 취득 당시의 가격인 21억원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아직 처분하지는 못했지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는 더 많다. 지난해 이동통신 관련업체를 인수했던 T사는 대규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I사의 투자금 회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I사 지분의 경우 100만주, 지분율 20%가 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투자액의 절반 이상만 보장된다면 결단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회사측은 또 앞으로 더이상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솔루션업체인 O사도 계열사 6개중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2~3개사에 대한 출자를 연내 회수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현재 내부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투자나 출자를 할 때는 서로 윈윈(win-win)이 돼야 하는데 지금의 상태에서는 로스섬(lose-sum)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특히 요즘처럼 자금상황이 안 좋을 때는 만약을 대비해 손해를 보더라도 현금을 확보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송영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