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ㆍ무선 통신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망(網)’ 구축에 나설 조짐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자칫 이 같은 경쟁이 지나친 ‘과잉 중복투자’로 이어져 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지배적 사업자와 후발사업자간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이를 조절할 마땅한 정책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팔짱만 끼고 있어 후발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조속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T와 SK텔레콤은 최근 휴대인터넷에 각각 1조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조기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을 잇따라 밝히고 나섰다.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중계기 개발을 완료한 KT의 경우 오는 2006년초 서비스 개시후 2년 이내에 1조원을 투입해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역시 경쟁적으로 초기에 KT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휴대인터넷에 쏟아붓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는 등 유ㆍ무선 통신 양강이 사업자 선정 작업이 이뤄지기도 전부터 서비스 의지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KT와 SK텔레콤이 밝히고 있는 투자규모는 정통부가 예상한 전국망 구축에 따른 사업자당 전체 투자규모와 엇비슷한 수준이어서 양사가 너무 투자규모를 높여 잡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KT는 이와 함께 최근 올 10월부터 오는 2009년까지 5년여간 175만 가구에 단계적으로 FTTH(Fiber To The Homeㆍ댁내광가입자)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을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로 전환하고 나선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초고속인터넷 망 속도 경쟁에 불을 지피고 나선 것이다.
KT의 전체 초고속인터넷가입자 600만가구 가운데 VDSL 보급이 176만가구로 채 30%를 넘기기 전에 또다시 망 고도화를 선언한 셈이다.
KT와 SK텔레콤의 이 같은 공격적 망투자에 대해 후발 사업자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하나로텔레콤 제니스 리 전무는 “휴대인터넷 사업의 수익성 여부도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투자규모를 정할 수는 없다”며 “KT와 SK텔레콤이 사업권 획득을 의식해 대규모 망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VDSL은 고사하고 이제 겨우 ADSL 투자 회수도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KT가 대대적인 FTTH 투자에 나설 경우 자칫 업계 전체가 과잉투자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통부는 지배적사업자들의 경쟁적 망 투자를 오히려 방치하고 있다.
휴대인터넷의 경우 “가능한 기지국 공동망 활용 등 중복 과잉투자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전혀 마련해놓고 있지 않다.
KT의 FTTH 구축 방안 역시 정통부가 IT839전략을 위해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신중론을 펼치던 유ㆍ무선 업계가 최근 휴대인터넷이나 FTTH 등을 계기로 갑자기 공격적인 망 투자에 나선 것은 정통부의 정책의지와 무관하지 않다”며 “자칫 지나친 경쟁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가 더 큰 위기를 맞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