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비뚤어진 예산편성 '당연한 관행' 돼버렸나

■ 8년연속 추경편성

경기부양에 ‘전가의 보도’로 이용돼온 추가경정예산이 2005년에도 예외 없이 편성된다. 환란 이후 8년째다. 연초 수립한 재정을 상반기에 일찌감치 당겨 쓰고 하반기에 추가로 예산을 짜내는 ‘비뚤어진 국가예산 편성방법’이 정상적인 형태로 굳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왜 추경인가=정부는 한국은행이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성장률이 이만큼밖에 되지 않으니 추가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매년 도식화된 논리구성이다. 정부 설명대로 현재 우리 경제상황에는 추경 편성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한은이 내놓은 2ㆍ4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는 3.3%. 상반기 전체로 따지면 3% 수준이다. 연간 성장률 4%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5% 정도의 성장률을 내야 한다. 하지만 배럴당 50달러를 넘는 유가와 위앤화 절상 등 대외여건에다 소비와 설비투자가 좀처럼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녹록지 않다. 경기부양을 위해 종합투자계획, 즉 건설후임대(BTL) 방식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려던 방안도 정부의 ‘소박한 기대’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얼마나 편성할까=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27일 추경 규모에 대해 “올해 세수(稅收) 부족분에다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대책자금, 문제가 되고 있는 군(軍) 경영개선자금, 취약계층 긴급지원 및 사회안전망자금 등 국민경제상 긴급 소요자금을 합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세수 부족분은 4조3,000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정부가 예산을 짜면서 일반회계상 세출규모를 지난해보다 11% 이상 늘어난 130조6,000억원으로 잡았기 때문에 세수 부족분이 적지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지난해보다 더 걷혔지만 소비가 좋지 않아 부가세가 줄어든데다 환율 하락과 기름값 인상 때문에 관세와 수입분 부가세, 교통세 등의 수입도 부진하고 부동산 침체로 양도소득세 등도 덜 걷혀 올 세수부족 규모는 3조원 이상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긴급 소요자금 등을 포함하면 추경 편성규모는 4조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도 “3조~4조원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처럼 추경 편성규모를 최소화하고 기금 전용 등으로 메우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편성규모는 2조원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정부는 3조~4조원 수준의 추경이 편성될 경우 4% 성장률 달성은 사실상 담보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포함해 총 4조5,000억원 정도의 재정확대정책을 폈지만 GDP 인상 효과는 0.16%포인트 정도에 불과했다. 경기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한 채 재정수지 적자규모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일반회계 예산에 이미 편성된 5조7,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에다 추경을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할 경우 총 적자국채 발행액은 8조~9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추경 편성의 명분을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아니라 빈곤층에 대한 재정 및 일자리 창출 지원과 벤처 부실로 자금난에 몰린 기술신용보증기금 출연 등 야당의 반대가 적은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쉽사리 동의해줄지는 미지수다. 또다시 감세(減稅) 방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래저래 8월과 9월에는 ‘재정확대냐 감세냐’ 하는 논쟁이 재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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