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周永 현대 명예회장과 북한 최고지도자 金正日국방위원장간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짐으로써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현대와 북한이 추진중인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상호간의 의지 확인과 총괄적인 협력 다짐이 주를 이루었을것이라는 게 현대 및 대북관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대와 북한간의 경제협력사업은 이미 금강산관광개발과 서해안공단조성 등 5대사업으로 큰 줄기가 잡혀 있는데다 구체적인 사항들은 실무선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뿐 두사람이 직접협의하거나 해소해야 할 이견이 많아 추진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金위원장이 대외인사와 접촉을 꺼리고 鄭명예회장 역시 귀가 잘 안들려 옆에서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대화가 어려운 만큼 많은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나눈 얘기의 핵심은 `양측이 경협을 성공시켜 통일에 이바지하자'는 내용이 됐을 가능성이 많다. 즉, 北-현대의 경협사업에 대해 포괄적으로`잘해보자'는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金위원장은 鄭명예회장을 만난 자리에 2차례에 걸쳐 `통일소' 1천1마리와 승용차, 옥수수 등을 지원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鄭명예회장은 북측이 현대 일행을 따뜻히 맞아주고 특히 金위원장이 당초 약속대로 2차 방북과 면담을 실행시켜 준 데 대해 사의를 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사람은 대화도중 서로에 대한 안부와 鄭명예회장의 고향인 통천, 금강산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과정에서 鄭명예회장을 통해 정부의 메시지가 金위원장에게 전달됐을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한국인들이 金위원장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없는데다 그동안 관계당국이 남측 인사의 방북시 북한 최고위층에 대한 메시지 전달을 시도해온 전례를 감안할 때 鄭명예회장이 이번에도 그같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없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1차 방북 이후인 지난 8월 鄭명예회장이 金大中대통령을 직접 만난 적이있는 만큼 鄭명예회장이 金대통령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鄭명예회장이 金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경우 그 내용은 남북 최고 당국자간 회담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金대통령이 표방해온 정경분리원칙, 이른바 `포용정책' 등의 `진의'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鄭명예회장이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더라도 과거 부정적인 의미의 `밀사'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남북교류가 상당히 빈번해진데다 鄭명예회장의 나이 등을 감안할 때 구태여 鄭명예회장이 그같은 역할을 담당할 필요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