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혁신적인 젊은 기업가들의 성공 스토리는 할리우드 영화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혁신의 아이콘이 유명을 달리한 후에도 수많은 스타 기업가들이 글로벌 산업계의 '어벤저스'와 같이 빛을 발한다. 알리바바의 마윈, 샤오미의 레이쥔 등 중국판 '어벤저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패스트팔로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매출액 측면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성장률이 더욱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산업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주식회사 아메리카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파급력은 기업가적 야성뿐 아니라 생각의 크기에 기인한다.
페이팔을 창업해 판 돈으로 세련된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이것도 모자라 궁극적으로 지구 멸망을 대비해 화성 식민지 건설을 고민하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대학생 시절 여자친구에게 차여 '열폭(열등감 폭발)한' 후 여자들 얼굴을 놓고 선택하는 게임 '페이스매치'를 만들었던 '찌질남' 마크 저커버그는 32세에 애 아빠가 되더니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사회를 바꾸는 새로운 개념의 기업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세상은 '좋아요'로 화답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는 인간의 물류 역사를 바꾸는 드론 배달을 선언하며 이를 위한 기술 개발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600조원짜리 회사인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지금도 "벤처 정신을 잃지 말자"며 조직을 대대적으로 수술한 후 로봇·바이오·물류 등 신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라는 신개념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시켰다.
지난 2008년 금융으로 자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미국은 한때 지는 해인가 싶었다. 그러나 현재 주요국 중에서 유일하게 경기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축통화·군사력을 앞세워 여전히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의 진짜 저력은 생각의 스케일이 다른 기업가 정신 아닐까.
한국에는 누가 있을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속 청년 정주영은 전 세계 누구와도 견줄 만한 혁신적이고 생각의 크기가 압도적인 기업인이었다. 책장 한 장 한 장이 도전과 반전으로 가득 찬 모험담이었다. 그 외에는? 과문한 탓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 인사철을 맞아 한국의 재벌 3·4세들의 승진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 직원으로 경영 수업을 받던 이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이왕 타고난 금수저를 지렛대 삼아 써나가는 파괴적 혁신의 성공 스토리를 듣고 싶다. 해외에서 혁신적인 기업가들의 성공 스토리가 현재진행형인데 이곳에서는 '응답하라'를 외치며 떠난 정치인, 떠난 경제인을 추억하는 일은 좀 암담하지 않은가.
이혜진 산업부 차장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