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문화적 리더십을 다시 생각한다-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한 해가 어느새 저물어 다시 12월이다. 여기저기 송년회 소식이 들리고 연말이면 새삼 챙기는 이웃 돕기 모금도 시작될 때다. 우리가 이웃을 돕는 마음을 생각해본다. 나로 인해 타인이 편안해지는 것이 기쁜 사람, 저 사람과 비교되는 내 처지가 감사해서 보답하는 사람, 남이 보는 내 이미지를 관리하는 사람, 다양한 사람의 마음이 모금함에 담긴다. 이런 이웃돕기는 휴머니즘적 감성에서 스스로 우러나는 행동이기도 하고 내 삶의 환경을 가꾸는 상생의 지혜로 계몽되고 교육되는 행동이기도 하다. 물론 상생의 이웃돕기 지혜도 물질적 나눔을 넘어서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신뢰가 느껴지는 감성의 영역으로 다다랐을 때라야 비로소 목표를 성취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사는 공동체성의 구축을 위해 손을 먼저 내미는 것, 이것은 리더십의 중요한 얼굴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의 문화적 역량 강화에 이바지하는 사업의 하나로 '엉뚱하게도' 남의 나라를 돕는 문화예술교육 공적개발원조(ODA)의 전개를 강조하면서 나는 '지혜'의 측면에서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낯선 문화로 다가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우리의 경험은 고단한 삶에서 표현의 즐거운 방법을 터득하는 아시아 오지 아이들의 경험 못지않게 유익하다. 그곳 아이들이 문화예술활동의 방법을 배우는 사이 우리는 마음을 열고 함께하는 삶의 가치와 리더십을 배운다. 나는 한류산업의 성공이나 우리말, 한국 화장품, 한식의 세계 전파가 한국의 국제적 인지도를 입증하거나 경제적 성과로서 평가될 수는 있으나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문화적 리더십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해와 교감, 신뢰의 축적에 관심을 두지 않고 상대방의 구매와 선망의 대상이 되고자 욕망하는 활동은 온전한 문화적 리더십이 아니라 문화적 제국주의의 위험성을 품을 수 있다. 진정한 리더라면 돈을 버는 능력이나 나눠 줄 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교감을 기대하며 내미는 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사업 1200억원의 예산 가운데 ODA를 위해 허락된 예산은 1억500만원이다. 베트남의 산촌에서 소수민족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사진수업에 올해는 무용이 더해졌다. 우리가 떠난 후에도 활동이 지속성을 갖추도록 현지 교육자를 위한 교육과 아이들의 동아리 결성을 병행 유도한다. 새해에는 문화예술의 교육ODA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성큼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웃을 돕는 다수의 사람이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안다. 우리 국민의 수요도 충족되지 않는데 외국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꼭 해야겠느냐는 반문에서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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