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 서비스 '카셰어링' 시장에서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과 5위인 롯데그룹의 대리전이 펼쳐지고 있다. SK와 롯데 모두 기존 그룹 자산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셰어링 업체를 육성하는 모습이다. 카셰어링은 하루 단위로 차를 빌려 쓰는 렌터카와 달리 1시간이나 30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는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를 말한다.
우선 SK그룹은 24일 벤처기업인 쏘카에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쏘카를 인수한 것은 아님에도, 투자를 결정한 것은 기존에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중고차 사업 부문 SK엔카와 자동차 정비 부문 스피드메이트, 주유소 부문과 협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쏘카 역시 차량 공유 서비스로 일정 기간 사용한 차량을 SK엔카를 통해 더욱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고 SK네트웍스와 협업해 초단기 렌터카뿐만 아니라 장기렌터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의 수요가 잘 맞았다는 분석이다. 쏘카 관계자는 "SK그룹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산들을 통해 쏘카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월 KT렌터카를 1조원에 인수한 이후 롯데그룹이 가진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는 카셰어링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롯데렌탈은 최고 100억원을 투입해 카셰어링업을 하는 계열사 그린카의 나머지 지분(47.7%)을 인수했다. 또 롯데마트, 하이마트, 롯데백화점 등에 그린카를 이용할 수 있는 그린존을 설치하고 롯데제과 등과도 협업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카셰어링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카셰어링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3년 100여대 수준이었던 차량 대수는 올해 7,000대, 내년에는 1만대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회원수는 쏘카가 2012년 3,000명에서 지난해 51만명, 올해는 130만명으로 늘었다. 그린카도 2011년 1만3,000명 수준이었던 회원수가 2013년 12만명, 올해는 85만명으로 급증했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쏘카와 그린카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쏘카는 2012년 100대 수준이었던 운용 차량 수를 지난해 1,800대로 확장했다. 올해는 3,3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SK그룹의 투자를 받은 내년에는 5,000대 이상으로 차량을 늘리고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그린카는 2013년 1,000대 수준이던 차량을 지난해 1,865대까지 늘렸고 올해는 연말까지 3,000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