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17년부터 구글·애플 등 다국적기업의 사업 내용과 수익 구조가 우리 조세당국에 공개된다. 다국적기업은 자회사가 위치한 해당 국가에 사업활동의 배분 내용과 거주법인 목록, 거주법인별 소득과 세금을 의무적으로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구글 등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BEPS(Base Erosion Profit Shifting·다국적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문제)' 프로젝트, 이른바 '구글세' 도입을 확정한 가운데 입법화를 위한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기재부는 이날 G20 각국이 꼭 지켜야 하는 '최소기준 이행 과제' 네 가지를 공개했다. 최소기준은 한 국가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로의 파급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동시에 이행해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국적 기업이 '국가별 보고서'를 작성해 과세당국에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구글과 애플은 국내에서 1~2조원가량의 수익을 냈지만 서버를 아일랜드에 두고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사업 내용, 수익 구조 등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국적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수행한 사업 내용, 세금, 사업활동 배분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기재부는 2016년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2017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조세 쇼핑(Treaty shopping)'을 막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세율을 적용 받기 위해 제3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꼼수를 부렸다. 예컨대 양국 간 조세협약이 없는 A국에서 B국으로 배당을 할 경우 A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다국적기업은 A국과 조세협약(배당 제한세율 0%)이 체결된 C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C국을 거쳐 B국으로 배당을 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G20은 이 같은 '조세조약 남용'을 막기 위해 양국 간 조세조약에 방지 규정을 넣기로 했다. 페이퍼컴퍼니가 해당국과 충분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 입증돼야만 조약 혜택을 부여하는 규정 등을 포함하는 방식이다. 기재부는 이에 맞춰 현행 조약 및 관련 국내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각국이 파격적인 조세 감면 정책을 통해 외국 자본을 앞다퉈 유치하는 행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영국은 지적재산권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특허 박스' 제도를 시행해 외국인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기업들은 지재권을 영국으로 옮겨 이에 따른 소득에는 낮은 세금을 내고 영국은 거둘 수 있는 세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반면 지재권이 이전된 나라의 과세당국은 거둘 수 있는 세금이 줄어든다.
G20은 이 같은 현상이 국제적 자본 이동을 왜곡하고 각국의 재정 기반을 잠식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세특례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지재권 개발과 관련된 실질적인 연구활동이 있어야 지재권 이전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유해조세판정 기준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G20은 현재 각국 간 조세 분쟁 해결 수단인 '상호합의절차(MAP)'에 BEPS 시행에 따른 변동분을 반영해 조약개정, 국내 제도 및 실무 개선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