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호텔롯데가 직원 수에 비해 많은 우리사주조합 청약 물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장주관을 맡은 증권사에서는 '제로 금리' 수준으로 호텔롯데 직원에게 대출을 해주는 방안까지 제시하는 상황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서울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을 연장하는 데 실패한 뒤 시가총액 예상 규모를 기존 21조원 수준에서 18조원 안팎으로 낮췄다. 시가총액 중 40%에 해당하는 7조원가량을 신규로 공모할 예정이며 이 중에서도 20%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우리사주 우선 배정 물량으로 배정된다.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호텔롯데의 직원이 3,273명(9월 말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4억원을 투자해야 우리사주 청약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우리사주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는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들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 경우 근무하는 직원도 사지 않은 주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가능성 때문에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완판(매진)'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KDB대우증권·메릴린치인터내셔널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7곳의 호텔롯데 상장주관사도 입찰에 참여할 때부터 우리사주 물량을 최대한 소화하는 방안을 제안서에 담았다.
다만 롯데쇼핑이 지난 2006년 공모가를 40만원에 결정하고 상장했지만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현재 20만원 선까지 하락했다는 점도 변수다. 호텔롯데의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해도 투자 이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당시에도 우리사주에는 20%의 공모주 물량이 배정됐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롯데쇼핑의 공모가를 30만원 중후반대로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40만원선으로 올라가면서 국내외 기관투자가가 대거 불참했었다"며 "호텔롯데 역시 공모가를 적정 수준에서 책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