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송전탑 건설 갈등, 대안 없나

허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지난해 8년 넘게 계속된 밀양 송전탑 갈등이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수요 증가에 대비한 전력설비는 지속적으로 건설돼야 하기에 여전히 전력당국과 전력설비 설치 후보 지역 주민의 마찰이 예상된다. 양보와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의 전력소비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해안가에 위치한 대규모 발전단지에서 수도권으로의 전력 수송을 위한 설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회적 수용성 문제가 발목을 잡아왔다. 특히 765㎸ 송전선로의 적기 적소 건설이 어려워 전력공급에 안정성 및 효율성이 떨어지고 국내 전력계통의 신뢰도 유지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장거리 대용량 송전망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 해소 비용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초고압 직류(HVDC) 송전방식과 같은 새로운 기술적 대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HVDC 송전방식은 기존의 초고압 교류(HVAC) 송전방식보다 동일 용량의 전력을 전송할 때 철탑의 크기가 작아 경관 장해가 줄어들고 전자파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 전력계통 운영 측면에서는 대용량의 전력을 장거리로 수송할 때 송전 효율이 향상되고 정확한 송전량 제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HVDC 송전방식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전기(AC)를 직류전기(DC)로 변환해 필요한 지점까지 보낸 다음 다시 교류전기로 변환해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1954년 스웨덴에서 최초로 적용돼 미국·유럽 등의 선진국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브라질·인도 등도 장거리 대용량 송전선로에 HVDC 송전방식을 적용하거나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HVDC 시스템은 약 140여개에 달하고 약 7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 또는 계획되고 있다. 유럽은 해상 풍력발전 단지 등 신재생에너지의 계통 연계와 유럽대륙, 아프리카 북부, 영국,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전력계통을 연결하는 슈퍼그리드 사업에 HVDC를 적용 또는 계획하고 있다. 중국도 발전단 지역과 전력 소비 지역을 연결하는 800㎸ 2,100㎞ 규모의 HVDC 선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해남, 제주~진도에 HVDC가 적용된 상태다.

물론 HVDC 송전방식을 적용하면 변환설비 비용이 고가여서 건설비용이 다소 많이 드는 문제는 있다. 또 복잡한 전력전자 송전제어 설비에 대한 계획 및 운영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우리 전력계통의 특성에 기인한 도전적 기술 문제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765㎸ 송전선로 건설 갈등으로 사업의 지연 또는 불가를 가정했을 때의 사회적 소요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산학연이 협력해 HVDC 송전에 대한 해외 선진 운영 경험을 체계적으로 벤치마킹하고 국내 전문인력을 육성할 경우 예상되는 기술적 문제들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 제2의 밀양 사태를 기다리기보다 지금부터라도 전력설비 건설방식의 기술적 대안에 대한 새로운 준비와 시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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