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관치금융 부활 우려되는 산은 정책금융 개편

금융당국이 산업은행의 자회사 조기매각을 골자로 한 정책금융 개편방안을 1일 내놓았다. 정책금융기관이 민간 부문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중견·중소기업 위주의 지원활동에 집중하도록 역할과 기능을 재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산은의 경우 기간산업 대출을 줄이는 대신 미래 성장동력이나 해외 인프라 투자에 전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책금융의 역할 재조정은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여파로 좀비기업들까지 끌어안는 과잉혜택과 기관들의 중복지원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당국이 '시장가치 매각원칙'을 적용해 담당자 면책권까지 부여하고 신속히 처리하겠다니 일단 실행력을 지켜볼 일이다. 산은이 안정적인 대기업 투자나 기업 인수시장에서 발을 빼겠다는 것도 민간 부문의 역할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대했던 정책금융 대수술이 아니라 오히려 산은에 힘을 실어주는 수준에 머무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산은의 폐해가 드러났는데도 고통분담에 나서기는커녕 역할 재조정만으로 덮고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력 10% 축소도 정책금융공사 통합으로 일찍이 예고된 것일 뿐이다. 여러 정책금융기관이 여신을 공동 관리하고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을 강화한다면 또 다른 관치금융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고 하지만 정부가 앞장서 신사업을 낙점할 경우 민간 특유의 역동성은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은 최소화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을 되새길 때다.

정책금융의 최대 문제점은 바로 낙하산 인사다. 정부 부처나 은행에서 정책금융 지원을 핑계로 일선 기업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으며 대규모 부실이 이어지는 악순환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당국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부터 내놓아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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